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9.7원)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5일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50원 선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장중 6% 넘게 급락하며 8000선을 위협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주간거래(오후 3시30분 기준)에서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539.1원에 마감했다. 14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하며 환율 상단을 높여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1529.01원에 출발해 장중 한때 1550선을 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가장 높다.
인천국제공항 은행 환전 창구의 달러 현찰 매입 환율은 이날 한때 1600원 선을 넘어섰다. 공항 환전소는 일반 영업점보다 환율 우대 폭이 작아 실제 적용 환율이 외환시장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틀 연속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원화 약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는 만큼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환율을 끌어올린 직접 요인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액만 70조원을 넘는다.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5213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주식을 처분한 외국인들의 달러 환전 수요가 외환시장을 흔드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500원대 환율이 지속하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유입되는 달러 공급보다 달러 수요가 더 크다는 의미”라며 “지난달 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의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 순매도 규모는 하루 평균 21억 달러로, 지난달 하루 평균 무역수지 흑자액인 15억 달러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날 미국 브로드컴 실적 쇼크가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은 전 거래일보다 12.59% 떨어진 418.9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7일(-17.4%) 이후 16개월여 만의 최대 일일 낙폭이다.
브로드컴은 전날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어 컨퍼런스콜에서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가 3분기 인공지능(AI) 반도체 매출을 160억 달러로 전망했는데, 이 역시 시장 전망치인 172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투자자 사이에선 실망과 함께 반도체 랠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번졌다.
국내 증시도 유탄을 맞았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54% 떨어진 8160.59에 마감했다. 장 초반 ‘팔자’가 몰리며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4%, 9.92%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더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고, 국제유가도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의 단기 조건으로 중동 전쟁 완화와 외국인 매도세 진정을 꼽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외국인 순매도가 진정되면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가겠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달러 강세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며 “수급 여건에 변화가 없는 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500원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