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 캠프’를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만났다. 두 사람이 사인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90’을 추첨을 통해 한 시민에게 선물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방한 첫 일정으로 e스포츠 황제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만났다. 황 CEO는 “한국은 e스포츠의 발상지”라며 “한국은 저의 마음과 엔비디아에도 각별한 나라”라고 말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캠프’ PC방을 찾았다. T1은 SK스퀘어 산하 프로 e스포츠 구단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세계적인 전설로 꼽히는 페이커 선수가 속해 있다. 이날 자리에는 페이커와 함께 최현준(도란), 문현준(오너), 김수환(페이즈), 류민석(케리아) 등 T1 선수단 5인이 모두 참석했다.
PC방을 둘러본 황 CEO는 한국 e스포츠에 관한 오랜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인기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였다”며 “한국은 e스포츠의 발상지다. e스포츠라는 장르를 만들고, 관람 문화를 만들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황 CEO는 현장에 있던 200여 명의 팬과 “T1”을 연호하면서 “나도 당신들의 팬”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커 선수가 5일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 캠프’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뉴스1
7개월 만에 방한한 황 CEO가 첫 장소로 PC방을 택한 것은 그의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황 CEO는 “한국 게이머들은 이기기 위해 최고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택했고, 그것이 바로 엔비디아 GPU였다”고 말했다. 그래픽칩 제조사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한 엔비디아의 초기 성장에 한국 시장의 기여도와 상징성을 인정하는 취지다. 황 CEO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도 “한국의 PC방 문화, e스포츠가 없었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황 CEO는 현장에서 시민에게 깜짝 선물도 안겼다. 그는 자신과 페이커의 사인을 남긴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래그십 그래픽 카드인 ‘RTX 5090’를 추첨을 통해 한 시민에게 선물했다. 이 카드는 현재 한국에서 7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지만, 황 CEO는 “(선물은)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특별 에디션이라 100만 달러(약 15억원)쯤 나갈지 모른다”며 농담을 던졌다. 다른 2명에게는 엔비디아의 게임용 노트북 ‘RTX 스파크’ 교환권을 선물했다.
페이커는 황 CEO에게 직접 사인한 T1 유니폼을 선물했다. “하루에 10시간씩 (게임을) 연습한다”고 말해 황 CEO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페이커는 이번 만남에 관해 취재진에게 “게이머들에게 그래픽 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저희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황 CEO와 만남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5일 젠슨 황 CEO와 T1 선수들이 방문한 PC방에 인파가 가득한 모습. 서지원 기자
이날 PC방 일대는 황 CEO와 T1 선수들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대학생 박민수(23)씨는“엔비디아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인데, 황 CEO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 기다렸다”고 말했다. 노지선(23)씨는 “선수들을 직접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천 서구에서 온 중학교 3학년 김태환군은 “학교 현장학습을 왔다가 일정을 바꿔 선수들을 보러 왔다. 직접 보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일정을 시작한 황 CEO는 오는 8일까지 나흘간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잇달아 만난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 하는 ‘삼겹살 회동’(5일)에 이어 7일 김택진 엔씨 회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8일엔 피지컬 AI 밸류 체인에 속한 국내 스타트업 대표 30여 명과 간담회, 네이버 사옥과 서울대 AI연구원·로보틱스 연구소 방문 일정 등이 잡혀 있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방한 일정 중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단독 면담도 잡혀 있다. 구체적인 회동 일정과 의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