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Go) 코리아, SK, 고(Go) LG 네이버 치얼스(건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한 손에 든 채 외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도 황 CEO 건배사에 호응하며 소맥 잔을 부딪혔다.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 가게에 모인 글로벌 기업 총수들은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녁을 먹다가 밖으로 나와 가게 앞에 모인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HBM칩’과 꽈배기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5일 서울 마포 삼겹살 가게 '형님 저요'에 모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운데).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공동취재단.
정보기술(IT) 업계는 이 모임에서 유일한 창업가이자 IT 기업 대표인 이해진 의장과 황 CEO와의 인연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정장 바지에 무채색 셔츠를 입고 온 다른 총수와 달리 이 의장은 청바지에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그만큼 격의 없는 모습으로 ‘삼소(삼겹살과 소주) 회동’에 참석한 이 의장은 최근 3년 간 매해 황 CEO와 만났다. 2024년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본사에서 황 CEO와 회동한 이후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뒤에도 첫 해외 일정으로 황 CEO와 만남을 가졌다. 황 CEO는 이날 삼겹살 회동과 별도로 오는 8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사옥 ‘1784’를 방문해 이 의장과 최 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다. 1784는 지난 3월 리사 수 AMD CEO도 네이버와 AI 인프라 협력을 위해 직접 찾은 곳이다.
5일 서울 마포 고깃집 '형님 저요' 앞에 모인 청중을 향해 간식을 나눠주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오현우 기자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개발을 위한 GPU를 확보하고, 피지컬 AI 표준을 엔비디아와 함께 선점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네이버는 중요한 파트너사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는 GPU를 활용해 국내에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컴퓨팅 자원은 엔비디아의 피지컬AI 플랫폼 ‘코스모스’를 가동하는 데 쓸 계획이다. 로봇용 두뇌(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인 류중희 리월월드 대표는 “과거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와 관련 소프트웨어 스택(기술 조합)을 선점해 PC 시장을 독점했던 것과 같이, 엔비디아도 GPU와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도 네이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네이버가 개발 중인 ‘디지털 트윈’을 통해 피지컬 AI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안정호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교수는 “LLM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선점했지만, 피지컬 AI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시장은 무주공산이다”라며 “후반전에는 기술을 먼저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판도를 완전히 재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