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쌈장에 고추를 푹 찍어 먹고, 깻잎 위로 고기와 파채, 김치를 듬뿍 얹어 크게 쌈을 싼다. 영락없는 한국 직장인들의 친숙한 저녁 회식 풍경이지만 불판 앞에 앉은 주인공은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투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였다.
5일 오후 7시, 서울 홍대의 고깃집 ‘형님저요’는 글로벌 테크 거물의 소탈하면서도 격의 없는 ‘K바비큐 회식’ 현장으로 변모했다. 만찬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
특히 낮 동안 진행된 공식 일정에서 그는 명품 브랜드 디올 재킷과 에르메스 구두로 한껏 멋을 낸 ‘세련된 CEO’의 표본을 보여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한국 재계 수장들과의 일명 ‘삼쏘(삼겹살에 소주·맥주)’ 회동을 앞두고 그는 다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시그니처 복장인 ‘검은색 가죽 재킷’으로 돌아왔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가죽 재킷을 시원하게 벗어 던진 그는 글로벌 CEO라는 무거운 직함과 격식을 잠시 내려놓고, 불판 앞 전투적인 ‘먹을 준비’를 마치는 소탈함을 보였다.
회동의 백미는 재계 총수들과의 끈끈한 인간적 교감이었다. 구 회장이 맥주를 가득 따르자 이를 원샷하기도 했고, 직접 “Go SK, Go LG, Go Naver”를 외치며 총수들과 건배를 이어갔다.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 앞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이우림 기자
분위기가 무르익자 황 CEO는 가게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꽈배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과자를 나눠줬다. 한 시민이 ‘HBM 과자 맛이 어떠냐’고 묻자 “정말 맛있다”며 “No HBM for you! I need HBM! (당신들에게 줄 HBM은 없습니다! 내가 HBM이 더 필요하거든요!)”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 시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황 CEO는 “(AI)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은 정말 잘 해주고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궈낸 눈부신 사업적 성과와 한국 경제의 호조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또 황 CEO는 올해의 압도적 성과가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년 글로벌 AI 패권을 쥘 4대 핵심 신제품 라인업을 제시했다.
막대한 양의 HBM과 LPDDR(저전력 D램)이 요구되는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베라 루빈’을 필두로, 혁신적 중앙처리장치(CPU)인 ‘베라’, 40년 만에 PC 시장을 재창조할 새로운 AI PC ‘RTX 스파크’, 그리고 현대차와 협력하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프로세서 ‘젯슨 토르’가 그 핵심이다. 그는 “단일 제품에 집중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4개의 신제품이 쏟아져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로드맵에 발맞춰 한국 반도체 및 첨단 산업계가 맞이할 역대급 호황과 도약을 예고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 삼성, LG, 현대, 네이버 등 한국의 모든 파트너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이들이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직접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방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AI 연구를 위한 중요한 연구센터도 건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