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민생 청구서’들이 날아들고 있다. 물가·환율·금리의 ‘3고(高)’가 본격화하는 데다 증시는 변동성을 키우고 있고,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 반도체 수출이 만들어 낸 화려한 지표에도 ‘K자 양극화’ 심화에 취약층인 청년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 숙제들도 선거 뒤로 미뤄진 채 첩첩이 쌓여있다. 하나같이 쾌도난마식으로 단박에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여·야·정은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협치를 통해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당장 발등의 불은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3.1%)으로 올랐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앞당겨 시행하며 가격을 눌러왔는데, 이런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실제 물가 상황은 더 심각했을 것이다. 심상치 않은 물가 움직임에 지난주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예고했다. 시중은행의 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대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가계 소비는 위축된다.
물가 걱정을 더 키우는 건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 환율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며 어제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40원대까지 올라섰다. 물론 당국자들의 설명처럼 고환율이라고 곧 경제 위기는 아니고, 외환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환율이 한 나라의 경제 체질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올려 해외 원자재를 많이 조달하는 기업의 제조원가를 높이고 국내 물가를 더 불안하게 한다.
부풀어 오른 자산시장의 위험관리도 필요하다. 반도체발 랠리에 코스피 9000선 문턱까지 치솟았던 증시도 선거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더해 규제 일변도 대책에 씨가 마른 전셋값까지 무섭게 뛰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성공의 비용’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성공의 과실을 거두는 계층과 비용의 부담만 짊어져야 하는 계층이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3고의 타격은 특히 우리 경제의 약자인 서민·자영업자와 청년층에 집중된다. 1분기 저소득층의 필수 생계비 부담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AI(인공지능) 확산의 직격탄까지 맞은 청년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째 하락 중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앙정부는 다소 안이했던 경제 인식을 바로잡고, 소모성 재정 투입도 자제해야 한다. 또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역화폐 등 현금성 복지를 내걸었던 당선자들도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고물가를 심화시키는 공약은 깨끗이 포기하기 바란다.
선거에 밀려있었던 민생 입법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예고된 미래다. 추세를 돌려놓기 위해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함께 과감한 규제개혁,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교육제도 개혁 등이 필수적이다. 마침 2028년 총선까지 향후 2년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반도체 초과세수에 재원 걱정도 덜었다. 또다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