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 시신 한 구가 놓여 있었다. 의자부터 바닥까지, 시신에서 흘러내린 피로 가득했다.
시신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수십 개의 상처로 몸 구석구석을 뒤덮듯 했다. 피부를 뚫고 들어가 장기까지 훼손시켰을 것이 분명한, 흉기에 의해 찔리고 베인 치명적인 상처만 10여 개가 넘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겁고 단단한 무언가로 내려친 듯, 몇몇 곳은 뼈가 부러지고 함몰됐다.
바로 옆 운전석. 한눈에 봐도 위압감을 줄 만한, 덩치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공포라곤 모를 것 같은 외모. 그러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을 연상케 했다. 표정에서도, 덜덜 떨리는 손에서도 그의 다급함과 초조함을 읽을 수 있었다.
“형, 나 잠깐 거기 좀 며칠 쓰면 안 될까?”
2004년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모습. 중앙포토
부탁보단 애원에 가까웠다. 이 말을 내뱉으며, 그의 떨리는 손이 변속기 레버 위로 옮겨갔다. 둥그런 모양의 변속기 레버는 원래의 검은색이 아니었다. 검붉은 액체가 딱딱하게 굳은 채, 레버 기둥까지 모두 덮고 있었다. 남자는 시신과 함께 사흘을 차 안에서 먹고 잔 상태였다. 차 곳곳에 굳은 피가 딱지처럼 내려앉았고, 온몸은 피비린내에 절여졌다.
그는 레버를 주차(P)에서 주행(D)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바삐 손을 움직였지만, 한 번에 잘 안되는 듯 여러 번 ‘탁탁’ 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거기 지금 안 쓰잖아. 나 진짜 급한 일 있어서 그래. 잠깐만 쓸게. 제발! 좀 빌려줘.”
잠시 후. 전화기 넘어 상대방으로부터 마지못한 동의나마 받아낸 듯, 남성은 급히 차량의 시동을 걸고 거칠게 주행 페달을 밟았다. 부패한 단백질이 분해되며 내뿜는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어 머리 안까지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지만, 남자는 이미 무감각해진 것인지 혹은 그런 것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도로를 내질렀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때늦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4월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사무실. 김흥남 형사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전날 당직이었던 박영철 형사가 슥 하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