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10시. 서울 CMS 대치영재관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주고받은 대화다. 26일 영재학교 원서접수 마감을 앞두고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관심을 표한 것이다. 이장호 CMS 대치입시센터 부소장은 “3~4년 전만 해도 쉬는 시간 주요 대화 주제가 의사 연봉이었다면 이제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는 물론 엔비디아(미국)·딥시크(중국) 등 엔지니어 몸값이 뛰면서 선망의 직종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본급은 의사 평균 연봉 3억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과급을 합하면 2~3배로 뛴다.
이장호 부소장이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 학생들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해외에서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16년째 영재학교·과학고(영과고) 준비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 부소장은 “최상위권일수록 사회 분위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영과고에 지원할 정도로 성적이 좋다면 의대·공대 관계없이 원하는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영과고는 수학이나 과학에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하므로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는 아이가 많다. 여기에 기왕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이 더해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4세·1세 남매를 키우는 이 부소장도 “아이들이 크면 반드시 영과고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은 대구 학군지로 꼽히는 수성구 일반고를 나와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이제는 일반고와 특목·자사고의 격차가 너무 커진 탓이다. 03학번인 그는 “당시엔 대륜고·경신고 등 일반고나 대구과고 같은 특목고 입결 차이가 크지 않았고, 다들 서울대에 30~40명씩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정시 비중이 20%로 줄고 수시 비중이 80%로 늘어나면서 격차가 점차 벌어졌다”는 것이다.
대체 영과고는 일반고와 뭐가 어떻게 다르길래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걸까? 이과 최상위 로드맵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초·중등 시기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이 부소장을 만나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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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보다 공대? 영과고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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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부소장은 “입학시험도 학교별 개성이 강했는데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 경기과고는 수학 비중이 월등히 높았지만 올해 교장이 바뀌면서 균형 잡힌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공표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뛰면서 영재학교의 내년도 입학경쟁률도 상승세다. 2027학년도 전국 영재학교 7곳 평균 경쟁률은 6.21대 1이다. 지난해 5.72대 1보다 대폭 상승했다.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복 지원이 불가능해진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장호 부소장은 “보통 5월에 이듬해 영재학교 준비반이 개설되는데 올해 중2 수강생이 모이는 속도가 현재 중3보다 빠르다. 내년에는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Q : 영과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가 뭔가요?
A : 크게 세 가지 이유가 맞물려 있어요. 삼전닉스처럼 국내 반도체 기업의 호황이 가장 큰 요인이죠.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전망이라는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니까요. 제도 변화도 한몫했어요. 현재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각각 8곳, 20곳이에요. 내년이면 2곳씩 늘어나요. 광주 AI 영재학교와 충북 AI 바이오 영재학교는 아직 신입생 모집 요강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부천과학고와 분당중앙과학고는 각각 100명씩 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집 인원이 늘어나니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진 거죠. 거기에 내년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 영향도 있습니다.
Q : 지역의사제요?
A :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는 제도인데요. 내년부터 490명을 뽑아요. 지역 학생들에게 의대 모집 정원 일부를 배정하는 지역인재 전형(1232명)을 합하면 1722명이에요. 전체 의대 모집 인원(3548명)의 절반을 지역에서 선발하다 보니 의대 프리미엄이 떨어진 거죠. 특히 요즘은 지역을 선호하지 않아요. 3~4년 전만 해도 서울·경기 학생들이 대전·대구·광주 등 지역 영재학교에 많이 지원했어요. 하지만 이제 수도권 영재학교에 못 갈 바엔 과학고로 눈을 돌립니다. 더구나 국가 차원에서 이공계 인재 양성에 힘쓰다 보니 공대 프리미엄은 높아지고 있죠.
Q : 영과고 졸업생이 모두 공대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A : 대부분 영과고는 의대 지원이 금지돼 있어요. 의학 계열로 가고 싶다면 3년간 학비를 반환하거나 자연·공학 등 다른 계열로 입학한 후 재수해야 하죠. 보통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나 포항공대·KAIST 같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진학해요. 사실 ‘영과고 꼴등도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간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려요. 입시 결과(입결)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부분 재수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