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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소문 공사전 안전진단해야” 경고에도…서울시 철거했다

중앙일보

2026.06.05 14:00 2026.06.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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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행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의 지난달 28일 모습. 중앙포토

철거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행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의 지난달 28일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의 서소문 철거 공사 안전관리계획서를 검토한 철도공단이 붕괴 사고 발생 지점의 노후 상태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지난해 이미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시는 추가 안전진단 없이 2년 전 시행한 기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 철거에 나섰다. 고가 철거 공사의 위험성을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술자문 의견 반영 설계도서 및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서소문 철거 공사 안전관리계획서에 대해 노후 건축물의 내구도 진단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기술자문의견을 냈다. 자문위원 A씨는 “약 60년 장기 사용과 염화칼슘 살포 등 동절기 도로 관리 등을 고려했을 때 노후 심화와 콘크리트 철근의 약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기존) 구조물 정밀안전진단 때 공간 협소로 각 ‘거더’(교량 등을 떠받치는 보)의 상태 확인이 미흡할 수 있다”며 “철도 횡단구간은 정밀 안전점검을 시행해 구조물의 상태를 확인한 후 (안전관리계획서에) 반영 여부를 검토하라”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사 중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문위원 B씨는 “공중비계가 방호벽과 연결 지지된 것으로 계획돼 있어 방호벽 철거시 비계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 보완이 필요하다”며 “시공 중 가설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작업 과정 중 안전 조치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자문위원 C씨는 “교량 절단 후 인양과 같은 작업 전 크레인 와이어, ‘샤클’(줄 결속기구) 등 안전장치를 반드시 검·교정 후 작업을 시행하고, 무게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서울시는 “2024년 4월 시행한 정밀 안전점검 결과를 반영해 철거하겠다”고 응답했다. 철도공단의 경고에도 사고 위험이 큰 철도 횡단구간에 대한 추가 안전점검을 진행하지 않겠단 답변이다. 가설 구조물과 작업 안전성에 대해선 각각 “공중비계 기능 유지를 위한 보강방법을 적용하겠다” “와이어 등 안전장치를 사전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사고 그래픽 이미지.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사고 그래픽 이미지.

전문가들은 공사 대상이 철거 건축물에 해당해 추가 안전진단을 꺼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안전진단에서 철거대상(D) 등급이 한번 나오면 ‘어차피 해체할 건물’이란 생각에 추가적인 안전 진단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현장에서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안전계획 수립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는데, 이번엔 진단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공사 전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사고 구간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을 진행했다면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가 제시한 기존 안전점검 결과에서도 사고 구간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건설품질연구원 등 진단 기관은 서울시에 제출한 결과보고서에서 “S9(사고 지점)에서 안전율이 미흡한 상태로 평가됐다”며 “개축 전까지 단기적인 보수보다는 인명 및 차량의 피해가 없도록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방지를 위해 설치한 안전장치가 사고 구간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단 지적도 있었다. 보고서는 “외관 조사 결과 S9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낙하물 방지망의 설치 상태가 양호하나 열차 진동, 열차풍 등에 의해 S9에 설치된 방지망의 연결부 이격이 다수 조사됐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철거 공사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철거 공사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기관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시공사의 현장 소장급 직원을 비롯한 안전 관리·책임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시공사 대표 양모(71)씨 등 5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입건됐다. 앞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난달 29일 수사관 33명과 근로감독관 20명 등을 투입해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 등 유관기관 7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영장엔 사고 당일 새벽 ‘뚝’ 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는 내용의 증언이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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