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최근 공개한 미확인 이상현상(UAP) 또는 미확인 비행물체(UFO) 자료를 놓고 중국 과학계에서 호기심만 자극하는 반쪽 공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학적 검증에 필요한 핵심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내용만 앞세운 건 군사 기밀 노출을 우려한 미군의 선별 공개 방침 때문일 수 있다면서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UAP 영상 캡처. 2020년 미군 적외선 센서에 사람 형체처럼 보이는 대비 영역이 포착됐다.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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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 600g 초월… 현대 항공기·생명체 한계 벗어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군 UFO 파일 속 인간형 물체에 주목한 중국 전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연구자 장난(張楠)의 영상 분석 내용을 소개했다. 2020년 6월 1일 미군 적외선 센서에 촬영된 뒤 지난달 22일 미 국방부(전쟁부)의 UAP 2차 공개 자료에 포함된 영상이다. 약 5분 분량 영상에는 사람과 비슷한 형체의 물체가 한동안 공중에 머문 뒤 갑자기 화면 밖 먼 지점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담겼다. 눈에 띄는 추진 장치나 날개는 보이지 않았고 이동 과정에서 물체의 형태가 변하는 듯한 모습도 나타났다고 SCMP는 전했다.
장난은 이 장면이 센서 오류가 아니라 실제 물체의 물리적 이동이라면 가속도가 600g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g’는 중력가속도를 기준으로 한 가속도 단위로, 600g은 지구 중력가속도의 600배에 해당한다. 그는 “인간 조종사는 통상 12g 안팎에서 의식을 잃고, 가장 견고한 드론도 30g 수준이 한계”라며 “600g을 넘는 기동은 현대 항공기나 살아 있는 생명체의 한계를 훨씬 벗어난다”고 SCMP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영상이 외계 기술의 증거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물체의 실제 거리와 속도, 고도, 촬영 당시 센서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UAP 관련 자료. 2024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보고한 자료로 럭비공 모양의 미확인 물체가 보인다.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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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등 원자료 쏙 빠져…탐지장비 성능 노출 꺼린 듯
특히 장난이 문제 삼은 건 공개 자료의 한계였다. 레이더 추적값이나 적외선 센서 원자료, 분광 분석자료처럼 물체의 움직임과 성질을 교차 검증할 수 있는 계측자료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 같은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과학적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리고는 미 정부가 실제 연구 가치가 큰 자료를 따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군 입장에선 계측 자료를 모두 공개할 경우 감시·정찰 장비의 탐지 거리와 해상도, 추적 능력 등이 드러날 수 있다고 봤을 수 있다. UAP 자료가 외계 생명체 논란을 넘어 군사 기술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런 지적은 중국 연구자만의 문제 제기는 아니다. 국제 과학계에서도 UAP 연구의 가장 큰 한계로 데이터 부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3년 구성한 UAP 독립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고품질 데이터의 부족이 UAP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한 뒤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관측자료 수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영역 이상현상 해결국(AARO)을 이끌었던 숀 커크패트릭 전 국장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미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에 미 국방부의 UFO 파일 공개와 관련 “분석이나 맥락 없이 자료만 공개되면 추측과 음모론, 사이비 과학만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결과적으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보다 UAP 연구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낸 사례에 가깝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UAP 관련 기록 사진. 1972년 아폴로 17호 임무 당시 촬영된 이미지에 미확인 물체로 분류된 세 점이 노란색 상자 안에 표시돼 있다.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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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UAP 평가절하한 中 매체…中 SETI는 부각
SCMP는 반면 중국이 역량을 쏟는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SETI) 연구는 부각했다. 세계 최대 단일 구경 전파망원경 파스트(FAST)를 활용해 우주 전파 신호를 분석하는 베이징사범대 물리천문학원 교수 장퉁제(張同傑) 연구팀이 대표적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과거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포착한 100만 개 후보 신호 가운데 우선순위가 높은 100개를 추려 정밀 검증을 진행 중이다. SCMP는 “연구팀이 3년 동안 20~30시간의 관측 시간을 들여 이들 신호를 살폈고 현재도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UAP 연구와 SETI 연구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UAP 연구가 지구 주변에서 관측된 미확인 현상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SETI는 우주 전역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탐색해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연구라는 것이다. 그는 SETI가 관측 범위 측면에서 더 넓은 영역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론의 ‘평범성의 원리’를 언급하며 “인류나 지구가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