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활주로 위로 북한 고려항공 수송기가 착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양국(러시아와 북한) 간 교통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알렌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연부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스크바~평양 직항 노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평양 직항편이 개설된 뒤 아직 여름 관광 시즌이 한 차례밖에 지나지 않아 (모스크바와) 원산 직항 노선 개설의 경제성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양측 모두 교통 연결을 확대하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레크 코제먀코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크라이(연해주) 주지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주 의회 연설에서 “올해 홍콩, 선양, 한국, 북한 내 다른 방면으로의 항공 노선 개설이 예정돼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코제먀코 주지사는 어느 도시로 신규 항공편을 운항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코즐로프 장관이 원산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열고 해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코즐로프 장관의 발언은 추후 모스크바와 원산 간 직항 노선이 추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교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 4월 21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북·러 국경에서 양국 간 두만강 교량 연결식이 열렸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두만강 자동차 교량이 오는 6월 19일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러 두만강 자동차 교량 신설은 2024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었는데 당초 완공 예정 시점(올해 말)보다 6개월 빠른 속도다. 두만강에는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기차로 오갈 수 있는 철교가 있지만 자동차용 교량은 없었다.
러시아 국영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최근 연해주 지역 입법의회 사이트에 게시된 주지사 보고서에는 연해주와 북한 원산을 연결하는 페리 운항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7월에는 모스크바와 평양을 연결하는 첫 직항 항공노선이 신설됐고, 지난해 4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선시를 오가는 전세관광열차가 운행을 재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전 북한군 파병을 고리로 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바탕으로 북·러가 다방면으로 밀착을 가속하는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러 관계가 좀처럼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는 기류와 맞물린 우려도 적지 않다. 러·우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 회의에서 북핵 문안이 합의문에 들어갈 경우 컨센서스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결국 합의문 도출 실패를 우려한 의장국은 북핵 문안을 마지막 수정본에 포함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러시아의 이례적 행보를 두고 북·러 관계가 건재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하는 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으로선 러시아와의 소통을 유지하면서 접촉면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