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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뚝 떨어진 ‘여름나기 필수품’ 연탄…달동네 주민들 시름

중앙일보

2026.06.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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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달동네인 희망촌 골목. 28도까지 올라간 낮 최고기온에도 집집마다 하얀 연탄재가 대문 앞에 쌓여있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이 곳 주민들에게 연탄은 여름나기의 필수품이다.

희망촌에 사는 김봉룡(88)씨 집은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연탄불이 빨갛게 달아오른 아궁이는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연탄이 있어야 밥도 짓고 물도 끓일 수 있다. 몸이 아픈 아내를 아내를 위해서라도 연탄을 피워야한다. 안 그러면 비좁은 방이 습기와 곰팡이에 얼룩진다. 김씨는 “여름, 특히 장마철에 연탄이 없으면 집에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더워도 꼭 연탄을 때야 한다”며 “연탄이 없으면 생존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4일 찾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 집 대문 앞에 놓여 있는 연탄재. 변민철 기자

4일 찾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 집 대문 앞에 놓여 있는 연탄재. 변민철 기자


희망촌에는 김씨 뿐만 아니라 80여 가구가 연탄을 쓴다. 보통 한 가구당 1년에 700~2000장 정도의 연탄을 사용한다. 취약계층 가구는 정부가 지급하는 ‘연탄쿠폰’으로 연탄 500~600장을 살 수 있다. 부족한 연탄은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등 비영리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박점숙 상계동 통장은 “희망촌 어르신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이거나 홀몸 노인”이라며 “기름 보일러는 설치도 어렵고, 기름값이 올라서 쓰기 어려운데, 이 분들은 연탄이 없으면 밥도 굶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기초생활수급가구와 소외계층에 지원된 연탄 수는 역대 최저치인 270만장으로 집계됐다. 매년 400~500만장에 달하던 기부연탄은 2024년(290만장)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고 있다. 그만큼 기초생활수급자, 홀몸 노인과 장애인이 대부분인 연탄 사용 가구의 부담이 늘었다.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간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에 거주하는 김봉룡씨가 연탄을 갈고 있다. 변민철 기자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간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에 거주하는 김봉룡씨가 연탄을 갈고 있다. 변민철 기자


겨울에는 그나마 모이던 온정의 손길도 여름에는 끊기기 일쑤다. 겨울 뿐만 아니라 무더운 여름에도 조리와 온수, 난방에 연탄이 필요한 가구가 있다는 점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김현억 서울연탄은행 부장은 “여름 연탄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인데, 올해 여름은 어떻게든 날 수 있겠지만, 이 추세라면 9월 이후 지원할 연탄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는 “달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다른 난방 대체 수단이 없어 연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연탄 한 장씩 모아주신다면 더 넉넉하고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민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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