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국 오리건주 오지의 바닷가 모래언덕에 문을 연 밴든 듄스는 미국 골프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미니멀한 설계와 스코틀랜드 정통 링크스의 DNA를 이식한 이 코스는 전 세계 골퍼들이 성지순례하듯 찾는 명소가 됐다.
서구에서는 밴든 듄스와 비슷한 리조트를 만드는 '밴든 현상(Bandoniz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이 성공 신화의 중심에 두 명의 천재 설계가가 있다.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와 톰 도크다.
72홀 규모의 매머드 골프장인 군산CC가 최근 맥레이 키드와 전주·익산 코스 완전 재설계 계약을 맺었다. 평범한 간척지 코스라는 이미지를 벗고 정통 링크스 리조트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맥레이 키드는 밴든 듄스 신화를 만든 주역이다. 오너 마이클 카이저는 당시 27세의 무명 청년이었던 키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첫 코스 설계를 맡겼다. 키드는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18시간씩 관목 숲에 파묻힌 현장을 걸으며 대자연 속에 숨겨진 홀들을 찾아냈다. 밴든 듄스는 개장 직후 세계 100대 코스에 진입했다.
군산CC 토너먼트 코스. 평범한 간척지 코스라는 이미지를 벗고,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밴든 듄스식’ 정통 링크스 리조트로의 변화를 시도한 첫 코스다. 사진 군산CC
두 번째 코스인 퍼시픽 듄스를 맡은 톰 도크는 경쟁심이 강했다. 자신보다 먼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키드를 의식했고, 훗날 키드가 세인트앤드루스에 만든 캐슬 코스에 코스 평가 역사상 유일한 '0점'을 주기도 했다. 두 사람의 치열한 경쟁은 오히려 코스들을 명작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세계 골프 설계의 거장이 됐다.
키드의 설계 철학은 '순수한 골프의 추구'다. 페어웨이를 넓게 주되 버디를 잡으려면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코스, 누구나 즐기면서도 고수에게는 도전이 되는 코스가 그의 목표다. 갬블 샌즈(2014년), 매머드 듄스(2018년), 그레이불(2024년)이 개장 당해 세계 최고 신규 코스 1위에 오른 것은 그 결과다.
군산CC의 전략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토너먼트 코스를 챔피언십 코스로 리노베이션한 데 이어, 전주·익산 코스를 키드의 손으로 완전히 새로 짓는다. 아시아 최초의 정통 링크스 멀티 코스 리조트라는 목표다.
마스터플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오는 6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 군산CC 골프텔 1층 아모르아티제에서 열린다. 키드가 직접 참석해 '세계 골프코스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군산CC의 설계 청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