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강건호에 승선해 종합지휘소를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진수식 도중 좌초했던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강건호’의 항해 시험을 참관하면서 해군력 현대화를 재차 강조했다. 자력으로 건조한 전략 타격함의 기동성 공개를 통해 ‘지상·해상·수중’의 다층 핵운용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핵문제는 미·중이 통제·타협할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못 박으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항해 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의 딸 주애도 함께 승선한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의 임의의 공간에서 군사 주권을 책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어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면서 “이는 우리 당의 변함없는 지론이고 국가방위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딸 주애와 함께 신형 구축함 강건호에 승선해 주요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그러면서 “해군 무력을 핵전쟁 억제력의 일익을 믿음직하게 담당할 수 있는 역량으로, 수중과 수상에서 임의의 시각에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집단으로 급속히 장성 강화하는 문제는 우리 당이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이번 강건호 방문은 좌초사고라는 악재를 단기간에 수습한 것을 과시하는 동시에 지난 2월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해군력 강화 방침을 재차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지상에 편중됐던 핵 투사 수단을 해상(수상 및 수중)으로 확장시켜 한·미를 겨냥한 ‘제2격(Second Strike, 핵 반격 능력)’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면서 “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한 이후 북방한계선(NLL) 및 동·서해상에서 실질적인 해상 거부 능력을 보여주는 대남·대미 압박 행보”라고 짚었다.
또 김정은은 9차 당대회에서 승인한 해군 현대화를 위한 5개년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수중 비밀병기의 개발과 생산, 10000t급 구축함 건조 등의 과제를 제시하면서 ‘함선 무력 강화 계획’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함 ‘최현호’와 ‘강건호’를 해군에 취역시킬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조선인민군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기존에 5000t급과 8000t급 구축함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 10000t급 상향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변국의 이지스함급(10000t 내외)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 차원에서 외연을 순양함급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공개한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21일 동해 청진조선소에서 두 번째 구축함 강건호의 진수식을 열었다. 그러나 좌초 사고 발생으로 3주간 수리를 진행해 지난해 6월 재차 진수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3월 남포조선소에서 추진 중인 최현급 구축함 3호의 건조를 올해 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까지 완료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해군력의 현대화를 통해 ‘지상·해상·수중’에서 다층 핵운용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면서 “시진핑의 방북을 앞두고 ‘비핵화는 거래 카드나 중재 카드가 아니다’라는 차단선을 확실하게 설정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