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만성화·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 [출처 : GettyimagesBank]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불쾌한 감각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볼 증상은 아니다. 6주 이상 가려움이 이어지는 만성 가려움증은 만성 통증만큼이나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준다.
반복해서 긁는 행동과 피부 병변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나아가 대인관계 위축이나 집중력 저하, 정서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인구의 10% 이상이 만성 가려움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피부병일 뿐인데 유난 떤다” “위생적이지 못하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는 식의 오해가 많아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만성 가려움증은 정말로 단순한 피부 증상에 불과할까. 만성 가려움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건선 ▶옴 감염 ▶접촉 피부염 ▶두드러기 등이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피부 질환이다. 전신 질환의 영향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피부가 멀쩡하더라도 ▶갑상선 질환 ▶만성 신장 질환 ▶당뇨병 ▶간담도 이상 ▶혈액암 ▶고형암 등이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특히 요즘엔 노인 인구의 증가와 이들이 복용하는 약 가짓수가 늘면서 약물 부작용에 의한 만성 가려움증이 증가하는 추세다.
가려움증은 ‘가려움 발생→긁기→피부 장벽 손상→염증 반응 증폭’이란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만성화·중증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노년층은 피지 분비와 천연 보습인자가 감소하고 피부 장벽 기능이 떨어져 가려움증이 발생하기 쉽다. 여기에 감각 신경 변화와 면역 노화, 만성질환까지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원인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은 “요즘 일선 피부과 진료 현장은 미용 치료를 우선하는 곳이 많아 가려움증 환자가 방치되는 경향이 있다”며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 치료가 반복되면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6주 이상 지속하는 가려움 ▶가려워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깸 ▶긁어도 호전되지 않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 ▶긁은 부위 피부가 두꺼워짐 ▶피부는 멀쩡해 보이는데 계속 가려움 ▶보습제를 발라도 계속되는 가려움 ▶체중 감소, 어지럼증, 식은땀, 발열, 황달, 호흡곤란 발생 ▶함께 사는 가족이나 동거인에게도 가려움 발생 같은 증상이 있다면 가려움증에 대한 원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원인을 찾으려면 증상 양상과 악화 요인, 복용 약, 생활 환경, 동반 질환을 종합 평가한 다음,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와 피부 조직검사, 첩포검사(patch test), 피부 장벽 검사를 시행해 원인을 추적해야 한다. 특히 첩포검사는 혈액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접촉성 알레르기의 원인을 찾는 데 쓰인다. 오랜 기간 반복 치료에도 원인을 찾지 못했던 만성 가려움증 환자를 진단하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된다.
원인을 규명했다면 환자별로 원인 물질 노출을 차단하거나 자외선B·레이저 치료, 약물치료를 활용해 치료한다. 김혜원 센터장은 “가려움증 자체를 하나의 진단명으로 보고 원인을 찾은 뒤 치료 반응에 따라 전략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며 “환자별 맞춤 치료로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려움증은 평소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습제는 하루 1~2회 바르고, 샤워한 후엔 즉시 바르는 게 좋다. 가려움증의 악화 요인인 땀·먼지, 자극적인 섬유는 피하고 세제나 향 제품도 사용을 최소화한다. 쾌적한 실내 온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다. 증상이 심해진다면 가려움증 일기를 써보자. 가려움의 강도, 발생 시간, 신체 부위, 먹은 음식, 사용 화장품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원인 물질이나 악화 요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