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美국방, ‘노르망디’서 나토 ‘의존국’ 지칭하며 “방위 주된 책임져야”

중앙일보

2026.06.06 12:38 2026.06.06 14:3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승리의 분기점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8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재래식 방위에서 주된 책임을 져야한다”고 요구했다.
현지시간 6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프랑스 노르망디 콜레빌쉬르메르에 위치한 미군 묘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 작전 82주년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시간 6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프랑스 노르망디 콜레빌쉬르메르에 위치한 미군 묘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 작전 82주년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국방부 숀 파넬 대변인은 이날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헤그세스 장관이 이날 카트린 보트랭 프랑스 국방장관과 만나 “1944년의 역사적 승리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동맹국 간 부담 분담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다”고 강조하며 “유럽 대륙의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된 책임을 유럽이 맡아야 할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보트랭 장관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고, 방위산업 기반 생산을 확대하며, 실제 전투 수행이 가능한 신뢰성 있는 전력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이러한 요구와 관련 “나토 동맹이 ‘의존국’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들로 구성된 ‘나토 3.0’으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상원 국방예산 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이란 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을 비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상원 국방예산 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이란 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을 비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그세스 장관은 공개 연설에서도 나토 동맹국들이 국방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노르망디의 미국군 묘지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하며, 동맹국들 역시 능력과 준비를 갖추고 우리와 함께 서기를 기대한다”며 “동맹국들이 결정적 순간에 우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 “각자 자신의 몫을 완전히 수행하는 강한 동맹국들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며 “진짜 동맹국들이 실제 행동을 하고, 싸우고 죽을 가치가 있는 공동의 대의를 위해 실제 희생을 감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는 오직 힘을 통해서만 보장된다. 그리고 그것은 준비 태세와 공동의 군사력, 흔들림 없는 정치적 의지로 강화된 대서양 양쪽(미국과 유럽)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렐라 대화'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렐라 대화'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헤그세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 요구와 함께 이란과의 전쟁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우리의 집단적 방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 역할을 다하기를 거부하는 동맹국들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분명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 전쟁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유럽 주둔 병력과 주요 재래식 무기 체계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국 버지니아주 알랑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국 버지니아주 알랑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의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침공’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가했다. 그는 “슬프게도 오늘날 유럽의 여러 해변은 서로 다른 위험한 이념들에 의해 침공당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불가리아의 해변에 배와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다”며 “유럽 수도들은 언제쯤 그 침공에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국 정부는 유럽 국가들이 국경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종종 비판해 왔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에는 유럽이 “문명의 소멸”에 직면해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남으려면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피트 헤그셋 미국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피트 헤그셋 미국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6월 6일 미국·영국·캐나다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나치 독일 치하의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감행한 최대 규모의 상륙 작전이다. 당시 투입된 연합군 병력만 15만6000명에 달했으며,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를 해방하고 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프랑스는 매년 6월 6일 기념식을 거행하며 5년 주기로 참전국 정상들과 참전 용사들을 노르망디에 초대해 국제적 기념행사를 치른다. 올해 기념식을 앞두고는 헤그세스 장관의 기념식 참석 소식이 전해지자 기념식이 열리는 랑그룬 쉬르 메르의 주민들을 헤그세스 장관의 방문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