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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우나는 새로운 펍(PUB)”...사우나 ‘붐’ 이유 있다 [비크닉]

중앙일보

2026.06.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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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목욕 마켓’ 현장. 목욕과 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목욕 테마 장터로 욕실 전문 브랜드 ‘로얄앤코’가 마련한 이틀간의 행사다. 목욕 가운이나 샤워타월, 입욕제 같은 목욕용품은 물론 사우나 커피, 한증막 식혜 같은 먹을거리까지 망라했다. 열여덟 개 남짓의 작은 브랜드가 모인 소규모 마켓이었지만 이틀간 3000여 명의 방문객이 이어질 정도로 화제가 됐다.

소셜 사우나 페스티벌 '사우나십' 현장. 참가자들이 아이스 배싱과 사우나를 즐기고 있다. 사진 사우나십

소셜 사우나 페스티벌 '사우나십' 현장. 참가자들이 아이스 배싱과 사우나를 즐기고 있다. 사진 사우나십

#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복합문화공간 ‘우물’에서는 소셜 사우나 페스티벌 ‘사우나십’이 열렸다. 사우나 텐트가 설치된 마당에선 핀란드식 사우나와 아이스 배스(냉수 침수 요법)를 즐기고, 내부 공간에서는 요가와 명상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행사다. 행사 중간 디제잉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행사에 참여한 여러 식음·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체험할 수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3회차로 진행된 행사로 회차별 50명씩 하루에만 150여 명이 행사를 즐겼다. 이 행사를 기획한 이는 핀에어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심용석씨. 심 씨는 “일로 핀란드를 오가면서 알게 된 핀란드 사우나의 ‘찐(진짜)’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 사우나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우나, 새로운 문화 콘텐트

목욕과 사우나가 2030의 새로운 문화 콘텐트가 되고 있다. 동네 목욕탕에서 일상적으로 세신을 즐기는 중장년층이나, 격무와 폭음 뒤 피로 해소를 위해 사우나에 몸을 맡기는 아저씨들의 문화가 아니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오래된 지역 사우나를 순회하고, 축제 형식으로 사우나 문화를 즐긴다. 일본 등 가까운 해외 사우나 탐방도 한다. 목욕과 사우나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체험과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식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열린 목욕마켓 현장. 18개의 목욕 관련 브랜드가 마켓을 열었다. 사진 로얄앤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열린 목욕마켓 현장. 18개의 목욕 관련 브랜드가 마켓을 열었다. 사진 로얄앤코

이에 따라 도심 속 1인 사우나 시설이 하나둘 생기고 있고, 세련된 시설을 자랑하는 웰니스 사우나 같은 색다른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관련 페스티벌이나 행사도 자주 열리고, 목욕용품이나 사우나 관련 각종 굿즈가 주목받는다. 무엇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우나와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결집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고독한 사우너’를 운영하는 김선미씨는 퇴근 후 들르는 사우나 이야기를 올리면서 약 11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서울 근교 조용한 노천탕’‘직장인들 가는 종로 사우나’ 같은 사우나 공간 소개가 주를 이루는데, 직접 가본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가 가득하다. 김씨는 “누구나 쉽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우나의 최대 매력”이라며 “국내 사우나는 내부 촬영을 할 수 없어 구전을 통해 전해지고 경험으로 완성되기에 (이런 계정이) 살아있는 정보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가 본 사우나 경험을 풀어내 호응을 얻고 있는 '고독한 사우너' 계정.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직접 가 본 사우나 경험을 풀어내 호응을 얻고 있는 '고독한 사우너' 계정.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해외에서도 ‘뉴 사우나 웨이브’

해외선 이런 사우나 붐이 조금 더 일찍 조명됐다. 블룸버그는 지난 2월 “갑자기 목욕탕이 번성하고 있다”며 “오늘날의 세련된 목욕탕은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땀을 흘리는 곳으로 커피숍이나 펍, 나이트클럽 같은 공간의 대체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우나 공간을 ‘사회적 목욕탕’, 이런 흐름을 ‘새로운 사우나 물결(New sauna wave)’이라고 명명했다.

해외서도 도심에 새로운 형태의 소셜 사우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 아크 공식 인스타그램

해외서도 도심에 새로운 형태의 소셜 사우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 아크 공식 인스타그램

실제로 최근 뉴욕·런던 등 해외 대도시에선 현대적 사우나 시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뉴욕에선 올해 상반기에만 ‘알타(The altar)’ ‘로어배씽 클럽(Lore bathing club)’이 문을 열었다. 런던에서는 지난해 1월 도심형 소셜 사우나 ‘아크(Arc)’의 오픈이 화제가 됐다. 영국 최대 규모인 5000㎡(1512평)로 대형 원형 사우나와 냉탕, 사운드 시스템 등이 갖춰진 콜로세움 형태의 라운지 등으로 이뤄진 복합 시설이다.

이들은 모두 여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사우나 공간과 냉탕 등의 시설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우나와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모임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한다. 아크는 ‘테라피(치료) 클럽’을 지향하며, DJ 음악이 흐르는 사우나 나이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임스 오레일리 로어 배씽 클럽 창업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곳이 북클럽이나 러닝 클럽처럼 매주의 습관이 되길 바란다”며 “금요일 밤 칵테일 모임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새로운 사우나 물결'의 사우나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함께 라운지 공간을 구비해 커뮤니티 및 클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아크 공식 인스타그램

이들 '새로운 사우나 물결'의 사우나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함께 라운지 공간을 구비해 커뮤니티 및 클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아크 공식 인스타그램




음주 대신 사우나, 고독해지고 싶다

사우나 붐은 ‘웰니스(Wellness·건강)’의 확산이라는 큰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것을 넘어, 잘 쉬는 것까지 건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다. 동시에 사우나 인기의 배경엔 역설도 있다. 함께 모이고 싶으면서도, 혼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한쪽에선 사우나가 새로운 취향 공동체의 매개가 되고 있다. 러닝 클럽이나 북 클럽처럼 사우나라는 취미를 매개로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는 형태다. 해외 사우나 공간에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라운지 공간이 필수적으로 자리하는 이유다. 특히 아파트 욕실 문화가 일반화하면서 동네 목욕탕을 일상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는 2030 세대에 사우나와 목욕탕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목욕탕 전문 잡지 ‘집 앞 목욕탕’을 발행하는 목지수 ‘사이트 브랜딩’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목욕탕은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새로운 문화”라며 “러닝 크루처럼 사우나도 여러 명이 취미를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며 소셜 네트워크(SNS) 등에 관련 경험을 인증하는 커뮤니티 문화로 발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집 앞 목욕탕' 목지수 발행인이 지난 2023년 진행한 '몰래탕' 팝업 풍경. 동네목욕탕 활성화 프로젝트로 정기휴무일에 목욕탕을 이색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진 집 앞 목욕탕

'집 앞 목욕탕' 목지수 발행인이 지난 2023년 진행한 '몰래탕' 팝업 풍경. 동네목욕탕 활성화 프로젝트로 정기휴무일에 목욕탕을 이색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진 집 앞 목욕탕


동시에 사우나는 연결을 끊는 공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들고 갈 수 없으니 숏폼 영상도 없고,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람도 없다. 심용석 사우나십 기획자는 “스트레스와 자극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사우나에서 조용히 긴장을 풀고 몰입하는 경험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끊없는 도파민의 파도에서 잠시 벗어나, 고독하게 땀을 흘리는 것 자체가 해방감을 준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라는 큐리어스(curious)를 합한 ‘소버큐리어스’문화가 확산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술 없이도 제대로 쉬고 연결되는 방식을 의식적으로 찾는 흐름이다. 사우나는 그 흐름 위에 놓인, 요즘 가장 뜨거운 공간이다. 땀을 흘리고,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조용히 숨을 고르는 것. 가장 오래된 행위가 지금 가장 새로운 웰니스로 소환되고 있다.




유지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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