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은 봄부터 가을까지 지역 곳곳에서 축제나 퍼레이드, 야외행사가 끊이지 않는 명실상부한 '축제의 나라'다. 특히 6∼7월은 각종 축제·행사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관광객에게 그다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주 뉴욕시 퀸스에서는 '아스토리아 파크 카니발'이란 지역 축제가 열렸다.
아스토리아는 이스트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과 마주하고 있는 퀸스 북서부의 동네로, 뉴욕에서 가장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아스토리아 파크는 이스트강을 따라 자리한 강변 공원인데, 맨해튼과 브롱크스, 퀸스 등 뉴욕의 3개 자치구를 연결하는 대형 현수교(RFK 브리지)가 공원 위를 지난다. 아스토리아 파크 카니발은 매년 6월 바로 이 다리 밑에서 열린다.
얼마 전 방문한 아스토리아 파크 카니발의 첫인상은 한국으로 치면 동네 중앙공원에 마련된 작은 놀이동산과 비슷했다.
바이킹, 대관람차, 회전열차 등 놀이기구가 이번 카니발을 위해 임시로 설치돼 있었다.
놀이기구 말고도 다트, 공던지기, 사격 등 소소한 게임 코너도 즐비했다. 음식 부스 앞에는 핫도그, 햄버거, 감자튀김 등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노점 상인들은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별도 입장권은 없었지만 놀이시설을 이용하려면 쿠폰처럼 생긴 티켓을 사야 했다. 규모에 따라 쿠폰 1∼5장을 내야 하는데, 가격은 5장 기준으로 약 6달러(약 9천원) 정도 됐다. 뉴욕시 물가를 고려하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특별히 화려한 것은 없었지만, 어린이를 둔 가족과 10∼20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파가 많았다.
북적거리는 축제 인파를 보고 문득 동네 놀이동산과 대척점에 있는 초대형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의 방문객 추이는 요즘 어떨지 찾아봤다.
놀랍게도 연간 방문객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한참 밑돌았다. 더 놀라운 것은 방문객 수는 줄었는데도 디즈니의 테마파크 수입은 크게 늘었다는 점이었다.
디즈니가 입장권과 각종 서비스 가격을 최근 몇 년 새 크게 올리면서 방문객 1인당 쓰는 돈은 더 늘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은 이제 디즈니월드에 가기 어렵다는 불만이 들려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문득 기존에는 월마트 할인매장을 자주 찾지 않던 고소득층 미국인들이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월마트에 발길을 늘리고 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저소득층이 주 고객층이었던 할인마트 '달러트리'는 중산층 이상 신규 고객 유입이 늘었다고 한다.
동네 놀이동산을 디즈니월드의 대안으로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아스토리아 파크 카니발 정도라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가까운 곳에서 놀이기구와 간식을 즐기며 즐겁게 한나절을 보낼 수 있는 '가성비 놀이공원'으로 충분한 매력이 있어 보였다.
미국에서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952년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소비심리 악화를 가속했다.
반면 부유층은 여전히 지갑을 열며 미국의 소비를 떠받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일명 'K자형 경제'(경제 양극화)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아스토리아 파크 카니발처럼 지역 커뮤니티에서 주관하는 소규모 페스티벌은 미국 전역에서 매년 수만 개가 열린다고 한다.
지역 축제 인파를 보고 미국의 경기 상황을 유추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만, 가계의 지갑 사정이 더 빠듯해지더라도 미국에서 이런 지역 행사를 찾는 발길은 오히려 줄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 지역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즐기며 푸드트럭 핫도그를 들고 임시 설치된 대관람차 앞 긴 줄에서 느긋하게 수다를 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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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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