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무기의 핵심 원료인 텅스텐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광물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텅스텐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미국산 폐텅스텐까지 웃돈을 주고 사재기하면서 미국 군수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의 고철 거래상들이 미국 전역의 텅스텐 재활용·정제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통상 가격의 최대 5배까지 제시하며 폐텅스텐을 사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3월 19일 중국 남부 장시성 간저우(赣州)에 있는 텅스텐 광산의 모습. 이 광산은 채굴이 상당 부분 진행돼 자원이 고갈된 상태다. AP=연합뉴스
미 안보전문매체 리얼클리어디펜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약 8만1000t)의 약 79%(약 6만7000t)를 차지한 최대 생산국이다. 그런데도 폐텅스텐 확보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FT는 “노후 광산의 생산성 저하와 국내 수요 증가로 자국 내에서도 텅스텐 공급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폐텅스텐은 분쇄와 화학 처리를 거쳐 다시 텅스텐 분말이나 탄화텅스텐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원료로 취급된다. FT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업 기반을 갖춘 미국에서 고품질 폐텅스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이 글로벌 텅스텐 공급난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텅스텐과 기타 4개 핵심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특히 서방 국가로의 수출 물량을 약 40% 줄였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텅스텐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미국 내 텅스텐 가격은 200% 이상 급등했다. 텅스텐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이 중국의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텅스텐 공급난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탄약과 미사일 재고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국에 악재다. 텅스텐은 밀도가 높고 단단하며 고온에서도 잘 버텨 패트리엇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 방공 미사일을 비롯해 철갑관통탄 등 탄약, 헬리콥터, 전투기 등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미 워싱턴DC 소재 지정학·국가안보 컨설팅 회사인 TD 인터내셔널의 선임 분석가 존 코너는 “텅스텐에 의존하는 패트리엇과 사드 미사일의 비축량이 이란 전쟁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텅스텐 부족은 미군에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2년 3월 31일 한국 강원도의 한 광산에서 텅스텐이 광물 탐사용 조명에 비춰지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같은 텅스텐 대체 공급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자흐스탄은 약 200만t 규모의 텅스텐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돼 유망한 신규 공급처로 평가된다. 이미 미국 정부는 수출입은행(EXIM)과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현지 광산 개발 사업에 최대 16억 달러(약 2조4400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광산 개발 협정이 체결됐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텅스텐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미국의 텅스텐 공급망 재편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리얼클리어디펜스는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한 강원도 영월 상동 텅스텐 광산을 언급하며 “완전 생산 체제에 돌입할 경우 연간 약 4600t을 생산해 중국 외 지역의 핵심 공급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동광산은 캐나다 기업 알몬티중공업이 실질적으로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
텅스텐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희토류 등 다른 전략광물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가공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