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사용자에게 월 3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의 현금성 복지를 그간 오세훈 시장이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는 고유가로 교통비가 증가한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중동 정세로 인한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교통비 부담을 낮추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진행한 기후동행카드 환급 신청을 오는 10일부터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月 3만원 환급…6월 말부터 순차 입금
기후동행카드 권종별 금액과 페이백 금액.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2024년 처음 시행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이다.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기후동행카드 30일권을 충전·사용한 경우 환급 대상이다. 환급액은 월별 3만원이다. 만약 4월부터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해 6월까지 사용한다면 최대 9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서울시민인 경우와 경기도 김포시·과천시·구리시·성남시·하남시인 경우에만 환급이 가능하다. 모두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기후동행카드 사용자의 환급액 재원을 자체 부담하기로 한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예컨대 인천시·안양시 등에 거주하는 시민은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더라도 환급받지 못한다. 또 충전 이후 만료 사용을 하지 않은 기후동행카드 환불자나 단기권 이용자도 페이백 대상이 아니다.
선불형(실물·모바일), 후불형 기후동행카드도 모두 포함되며, 일반형, 청년형, 청소년형, 다자녀부모형, 저소득형 등 카드 권종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월 3만원을 환급한다. 따릉이·한강버스 사용이 가능한 권종 역시 일괄적으로 3만원을 환급한다.
환급 신청은 오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티머니 카드·페이 누리집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위해서 서울시는 8월 한 달 동안 우편 등을 활용한 별도 접수 절차도 운영한다. 신청을 마친 이용자에게 서울시는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본인 명의의 계좌에 순차적으로 환급금을 입금할 예정이다.
“인기 영합 정책” 비판에 “일회성 이벤트”
서울역 인근 한 버스에 27일부터 기후동행카드로 승·하차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번 서울시 정책이 현금성 복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불 등 특수한 경우 제외하면 사실상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시민에게 현금 9만원을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현금성 복지를 시작하자,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방정부도 현금성 복지 정책을 따라가면서 현금성 복지가 ‘유행’이 되는 분위기”라며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페이백 정책도 소득 규모를 고려해 차등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기 영합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주선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이번 행사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유도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라며 “고유가로 교통비가 증가한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반값 혜택 기후동행카드 이용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간 현금성 복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었다. 지난해 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을 지급하자 오 시장은 “온 나라가 채무로 허덕이는데도, 정부는 전 국민 현금 살포에 혈안이 돼 지방정부 손목까지 비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막무가내 돈 풀기로 적자성 채무는 폭증하고, 나랏빚 이자만 34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 디딤돌소득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기본소득은 취약계층에게 부족하게 지원하고, 초고소득계층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무차별 복지’”라고 비판했다. 디딤돌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에 기준소득과 가계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보전하는 서울시의 선별 지원 방식 복지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