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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투박한 시가 건네는 감동…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중앙일보

2026.06.07 00:01 2026.06.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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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제대로 모르는데, 시를 우째 쓰노”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팔십줄에 들어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의 얘기를 무대에 올렸다. 사진 라이브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팔십줄에 들어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의 얘기를 무대에 올렸다. 사진 라이브


팔십줄의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아직 한글 받아쓰기도 어려운 할머니들 앞에 “시를 쓰라”는 숙제가 떨어진다. 지난달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의 사연을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일부 각색했다. 칠곡이란 지역명 대신 ‘팔복리’란 가상 공간을 설정하는 식이다.

서울에서 팔복리를 취재하러 온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석구’와 문해학교 선생님 ‘가을’, 그리고 네명의 늦깎이 학생이 펼치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내용을 담은 할머니들의 시가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해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맏언니 ‘영란’은 글을 모른다는 사실이 탄로날까봐 손주가 읽어달라 내미는 동화책이 무섭다. “아들을 낳지 못해 억울해서 분해 죽겠다”고 가슴을 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막내 ‘분한’이 부르는 넘버 ‘내 이름 이분한’에 관객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힌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팔복리 문해학교에 다니는 할머니들은 공부보다 소주 한잔이 더 좋다. 사진 라이브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팔복리 문해학교에 다니는 할머니들은 공부보다 소주 한잔이 더 좋다. 사진 라이브


가수의 꿈을 품고 살았던 ‘춘심’이 노래자랑에 나가면서 펼쳐지는 모습에 객석은 박수와 폭소로 가득찬다. 첫사랑이 알려준 푸시킨의 시를 위안 삼아 평생을 살아온 ‘인순’ 의 모습에 한 관객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라는 관람평을 달았다.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별다른 꾸밈없이 무대로 옮겨진 할머니의 이야기에 울고 웃다 보면 8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이 작품의 김혜성 음악감독은 “할머니들의 말맛, 사투리를 고치지 않고 할머니들이 쓰신 시를 온전히 전달해 드리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초연한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과 연출상, 극본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30 젊은 관객이 다수인 국내 뮤지컬 공연 중에서는 드물게 모든 세대가 볼만한 작품으로 ‘효도 뮤지컬’로 통하기도 한다.

재연인 이번 시즌에는 초연 주역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차청화, 김미려, 김나희와 같은 새 얼굴이 합류했다. 이번 서울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이어 오는 8월 경북 안동 등에서도 관객을 만난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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