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안문 성루로 향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8일 시작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기간 북·중 정상은 양국 관계의 전략적 복원에 지향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에 평양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시진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꾸러미’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중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의 향방을 엿볼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전통적인 북·중 동맹의 건재를 재확인하면서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1961년 북·중 우호조약을 체결한 지 65주년인 만큼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시진핑을 중심으로 북·중·러가 연쇄적으로 뭉치는 모습이 연출된 만큼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미 3각 연대’ 심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양국이 대만 문제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대한 공동인식을 확인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강조할 여지도 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최근 핵 보유의 정당성을 공공연하게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6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중 정상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는 미 국무부의 입장과 관련해 “미국의 상투적인 거짓 유포 놀음”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백악관이 지난달 17일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정은이 지난 4일 5000t급 신형 구축함인 ‘강건호’의 항해 시험을 참관하면서 ‘지상·해상·수중’의 다층 핵운용 능력을 과시한 것도 핵 문제는 더는 타협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상당하다. 앞서 김정은은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지난 5년간의 핵무력 강화 노정을 경과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날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빼곡하게 늘어선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심 외교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자극적인 군사 관련 행동이나 외교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핵물질공장, 구축함, 탄도미사일 생산공장 등을 방문 직전 공개하고 미·중 정상회담 관련 담화를 낸 것은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이 지난해 9월 베이징에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2018~2019년에 걸친 북한과의 다섯 차례의 회담에서는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던 기존 입장과는 달랐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대국’ 이미지를 추구해 온 만큼 북한의 ‘핵 보유 묵인’ 요구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비핵화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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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
경제 분야에서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북·중 교역 확대와 접경지역 개발 협력이 논의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양국 간 교역량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의 영향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역점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관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도 시진핑이 관심을 두고 있는 두만강 하류 수로를 이용한 동해 진출권 확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완공 뒤 사실상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신압록강대교 개통 문제도 경제 협력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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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 시진핑 접견 여부 주목
북한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4일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공정에 착수한 조선인민군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하시고 함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딸 주애도 같이 승선한 모습이 사진에 실렸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딸 주애의 시진핑 접견 여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김정은이 ‘전통의 혈맹’인 중국 정상에게 자녀를 소개한다는 건 그를 김정은의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정일과 김정은도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 전 중국 지도자를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위한 김정은의 방중길에 동행한 주애가 공식행사에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섣부른 예측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 입장에선 주애가 시진핑과 만나 인사를 한다면 북한의 4대 세습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해 김정은의 베이징 도착 당시 주애가 김정은에 가려 얼굴을 판별할 수 없는 구도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정은의 지근거리에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 것과 온도 차가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양에서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주애의 등판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공식 외교 석상이 아닌 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해 미사일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고 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군수공장 찾아 “미사일 생산능력 5년 안에 2.5배로 확대”
노동신문은 7일 김정은이 전날 중요 군수 공업 기업소를 방문해 올해 상반기 미사일 생산실태를 점검하고,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생산능력을 5년 안에 2.5배로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수요가 대폭 늘어나게 되는 미사일 정량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현존 생산능력을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연차별로 장성시켜 2.5배로 확대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중핵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생산능력 확대 안건을 곧 열릴 당 중앙위원회 제9기 2차 전원회의 안건으로 심의하라고 지시했다.
신문은 이날 김정은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화성포-11가) 미사일로 추정되는 동체가 대규모로 보관된 시설을 돌아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조춘룡 당 비서,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박정천 국방성 고문, 김강일 국방성 부상 겸 장비총국장 등이 김정은을 수행했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을 비핵화 대상이 아닌, 핵보유국이자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대중 시위 성격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미·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프레임 부상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무력화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