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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불안한 월요일…美반도체 지수 5일 하루에만 10% 급락

중앙일보

2026.06.07 01:59 2026.06.0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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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제동이 걸리면서 8일 국내 증시 개장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을 통해 미국 AI 수요에 연동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8% 하락했다.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0.26% 급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SOX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시장 예상을 밑도는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가 개별 기업의 부진을 넘어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조절론’으로 번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브로드컴은 구글ㆍ메타ㆍ애플 등 빅테크가 직접 설계하는 맞춤형 AI 가속칩(ASICㆍXPU)과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장비를 제조ㆍ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사라서다. 브로드컴은 3분기 AI 칩 매출 전망치를 160억 달러로 제시했으나 시장 기대치인 172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2027년 AI 칩 매출 1000억 달러 전망은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TD코웬은 “강한 실적 상향 조정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현상 유지 수준의 실적전망은 실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키뱅크캐피털마켓 역시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의 전력망 공급 제약과 최대 고객사인 구글의 맞춤형 자체 칩 전환에 따른 점유율 하락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4일 브로드컴은 전 거래일보다 12.6% 하락했고, 5일에도 7.9% 주저앉았다. 특히 4일 하루만 시가총액은 2850억 달러(약 445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 역사상 네 번째로 큰 일일 시가총액 감소 사례”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이 5일 13.3% 급락하고, 마벨테크놀로지(-16.8%), 인텔(-11.3%), AMD(-10.9%), 엔비디아(-6.2%) 등 반도체주 전반이 약세였다.

여기에 5일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켰다. 12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둔 대기 자금 부담 역시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조정은 ‘AI 거품론’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고점에 근접했다는 우려도 재점화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AI 장세가 2000년 닷컴 버블 정점과 닮아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가격 하락과 AI 투자ㆍ확산 속도 둔화를 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최근 코스피의 역대급 상승을 주도한 국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AI 기대 약화와 금리ㆍ환율 변수까지 겹친 만큼 거시경제 변수와 수급 안정 신호가 필요하다”며 “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12일 스페이스X 상장, 24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오는 10일 오라클 실적에서 AI 수요가 확인된다면 이번 조정은 숨 고르기로 해석될 수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의 성장 흐름이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권오성 웰스파고 수석주식전략가는 “반도체 업종이 과매수 구간에 진입한 만큼 조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강세장의 종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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