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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서울 민심이 보낸 부동산 경고장

중앙일보

2026.06.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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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 내셔널부 기자

한은화 내셔널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막판 역전승을 거둔 데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조했던 ‘부동산 지옥’ 메시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8000시대의 축포에 가려졌을 뿐,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국면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세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수요 억제 위주 집값 잡기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서울시민은 안다. 수십 차례 규제를 쏟아냈던 문재인 정부 때 서울 집값은 두배 넘게 올랐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역대 정권 중 최대 상승폭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지난달 오 시장과 정원오 후보에게 부동산 시장 진단과 해법을 묻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동산 철학과 정책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규제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와 같은 질문 10개를 던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서울의 한 중개업소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서울의 한 중개업소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돌아온 답변은 분량부터 차이가 났다. 오 시장은 1만2000자, 정 후보는 3700자의 답변을 보내왔다. 양측 모두 공급 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실행 방법은 달랐다. 정 후보는 민간과 공공 공급의 병행을 강조했다. 그는 오 시장이 민간과 공공을 편 가르기 해서 공공주도 정비사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공주도 사업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민간 토지를 사실상 수용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반발이 거셌고, 사유재산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지정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55곳 가운데 22곳이 주민 반대로 사업을 철회했다.

반면 오 시장은 민간 공급을 우선 원칙으로 제시했다. 주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갈등이 적고 속도도 빠르다는 논리였다. 공공은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을 지원하고 공공임대를 확충하는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사업자를 장려해야 한다고도 답했다.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다주택자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오 시장의 해법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 시민들은 규제를 통해 집값을 억누르는 정책보다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 시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자신의 해법이 옳았음을 실제 공급으로 증명해야 한다. 또한 정부 역시 규제와 통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서울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은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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