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7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투·개표가 지연됐던 서울 송파구의 개표소 주변에는 사흘째 시위대가 모여 참정권 훼손 사태를 야기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했다. 20, 30대 청년층 참가자가 주축이고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시위대가 외치는 재선거 실시가 타당한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선관위의 신뢰 추락은 이대로 방치할 일이 아니다. 헌법상 독립 기구인 선관위 개혁은 결국 국민의 요구와 의견을 수렴해 정치권이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여기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되 이번 사태를 세력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부정선거 음모론자의 주장은 걸러낼 필요가 있다.
선관위 개혁은 발본적 차원에서 행해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중앙선관위원 임명 방식은 타당한지, 상임·비상임 비율은 적정한지,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고 법관이 각급 단위 선관위원장을 맡는 것이 옳은지부터 따져야 한다.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외부 감시 제도의 부실도 이번에 뜯어고쳐야 한다. 부정 채용 의혹 등에 휩싸였던 선관위가 감사관에 외부 인사를 임명하는 등 자체 개선안을 진행했지만 안일함에 젖은 내부 시스템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개방형 감사위원회의 권한 대폭 확대와 함께 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별도 감사기구 신설을 통해 선관위의 조직 운영과 예산 집행, 선거 관리 실태 등을 상시 감시받도록 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여야는 선관위 개혁을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열어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로 부족하다면 야당이 임명하는 특검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더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재선거 실시와 사전투표 폐지까지 언급했지만, 그것이 야당의 정리된 입장은 아닐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이번에도 선관위 수술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엔 더 큰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결국엔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