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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2의 도널드 트럼프 찾기

Los Angeles

2026.06.07 18:50 2026.06.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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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열린 레이건 국가경제포럼 대담에서 미국이 직면한 과제를 거침없이 짚었다. 그는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산업 기반, 국민의 생활 안정이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충돌과 공급망 재편, 산업 기반 복원, 저소득층의 기회 회복이 미국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도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나?”  
 
대담이 끝난 뒤 옆자리 참석자가 말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는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으로 다이먼의 대담을 꼽았다. 그의 발언은 노련한 정치인의 연설처럼 들렸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 같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다이먼의 나이를 직접 검색하며 그가 고령 문제로 대선 출마가 어려운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다이먼은 올해 70세다.
 
출마 선언을 한 적도 없는 은행 CEO를 두고 벌어진 반응치고는 꽤 진지했다. 물론 미국 최대 은행을 이끄는 인물이라면 경제와 국제 정세를 논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먼은 경제 현안만 짚고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가 발전을 막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경제인의 시선으로 정부의 구조적 무능을 지적하고 국가 운영 방향까지 제시한 셈이다.
 
최근 재계 인사들의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심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켄 그리핀 시타델 CEO도 지난달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대담에서 경제 현안을 넘어 국제 정세와 미국의 미래 전략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도 강도 높은 비판해 주목 받았다.물론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리핀이 공식 석상에서 맘다니 시장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었다.
 
기업인들은 이제 직접 문제를 규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며, 정치인의 능력까지 평가한다. 기업인들의 이런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다이먼은 지난해 ‘데이터+AI 서밋 2025’에서 “항상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없다며 출마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그를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출마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은행 CEO에게 왜 대통령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가이다. 이는 정치권이 채우지 못한 리더십의 공백을 기업 경영인에게서 찾으려는 미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선택을 경험했고, 지금도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국민은 왜 또 다른 기업인에게 주목하는 것일까.
 
지금의 미국 정치권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협치는 실종됐고, 타협은 배신으로 취급되며, 정책보다 진영 싸움이 앞선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매일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는 누구보다 능숙하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서는 과거의 영상 하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 연설을 시작하기 전, 미국 최초로 여성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를 치켜세우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과  펠로시 의장의 민주당은 이라크 전쟁과 에너지 정책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서로를 존중할 줄도 알았다.
 
하지만 협력과 대립이 공존했던 정가의 모습은 이제 좀처럼 보기 어렵다. 정치적 양극화는 서로 다른 끝을 향해 더욱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치인을 향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답답함을 풀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찾게 된다. 유권자들이 2016년 트럼프에게 열광했던 이유이자, 지금 다이먼에게 대통령의 모습을 투영하는 이유다.
 
다이먼이 트럼프를 잇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이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2의 트럼프 찾기는 시작될 것이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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