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하버드 게이트는 누구에게 열리나

Los Angeles

2026.06.07 19:05 2026.06.07 14:3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사립대 레거시 입학과 대책

어퍼머니트 액션 폐지후 도마 오른 동문 우대제
아이비 합격생 10~15% 수준…합격률 5배 달해
미국의 한 명문 사립대학교 졸업식에서 3대에 걸쳐 모교를 졸업한 동문 가족이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으며 캠퍼스를 걷고 있다.

미국의 한 명문 사립대학교 졸업식에서 3대에 걸쳐 모교를 졸업한 동문 가족이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으며 캠퍼스를 걷고 있다.

미국 명문 사립대에는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레거시(Legacy)'제도다. 동문 자녀에게 주어지는 입학 우대 제도로 합격률이 4% 아래로 떨어진 하버드에서, 동문 자녀의 합격률은 여전히 30%를 훌쩍 넘는다. '특권의 세습'이라고 비판 받는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의 기부금과 100년 넘은 전통으로 뒷받침된 이 제도는 단순히 불공정한 관행으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민낯을 갖고 있다. 레거시의 실체를 알아보고 이를 극복해 대입에 성공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부모나 조부모가 졸업한 대학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받는 '레거시(Legacy)' 제도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남가주 사립의 대표격인 USC가 운영해 한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USC를 나오면 일단 자녀의 USC입학이 확정된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문 자녀의 지원 숫자가 급증해 부모 한쪽으로는 안되고 양쪽이 동문이어야 적용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자격이 안되는데 레거시로 입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같은 조건일 경우 동문 자녀를 합격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대학은 부모 세대에 국한하지만,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은 조부모까지 포함하는 '확장 레거시(Extended Legacy)' 정책을 운영한다. 제도의 뿌리는 20세기 초, 유대인.이민자 학생의 급증을 막기 위해 엘리트 대학들이 동문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형성됐다.
 
연방대법원이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미국 교육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특혜 논란의 중심인 레거시로 향하고 있다. '능력주의(Meritocracy)'를 표방하는 미 대입 시스템에서 레거시는 공정을 해치는 적폐라고 지적되기 때문이다.
 
각종 대입 정보 기관의 최신 통계(2025~2026년 기준)에 따르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사립 대학의 신입생 중 레거시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평균 10%에서 15%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신입생 10명 중 1~2명이 동문 자녀인 셈이다. 특히 하버드의 경우, 유독 높아서 30%에 달한다.
 
 
이밖에 레거시 합격률이 지적된다. 전체 합격률이 3~5%대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이다. 대학별로 따져보면 하버드 레거시 합격률은 30~33%, 스탠퍼드, 조지타운은 2~3배, 노터데임은 매년 최종 등록생의 20~25%가 동문 자녀로 알려져 있다. 〈표 참조〉
 
교육 전문가들은 명문대 입시에서 레거시 자격이 주는 어드밴티지를 대략 SAT 점수로 환산하면 1600점 만점에 160점, GPA로 환산하면 4.0 만점에 0.5점의 보이지 않는 가산점을 받는 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교육 혁신 비영리단체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중 레거시를 고려하는 비율은 2015년 49%에서 2025년 24%로 크게 줄었다. 주목할 점은 경쟁이 심한 명문 사립대일수록 레거시 유지율이 월등히 높다. 일반 4년제 평균이 24%인 데 비해, 합격률 25% 이하의 최상위 사립대에서는 56%가 여전히 레거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진짜 합격률
 
한인 학생이나 평범한 이민자 가정 자녀들이 마주하는 '진짜 합격률'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모집 정원에서 레거시 인원과 체육 특기자, 기여 입학 예정자 등을 제외한 순수 일반 전형의 합격률을 역산해 볼 수 있다.  
 
매년 20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명문 사립 대학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표면적인 전체 합격률은 5%다.
 
▶전체 신입생 (2000명) = 레거시 (15% = 300명) + 기타 특기자 (5% = 100명) + 일반 학생 (80% = 1600명)
 
표면적으로는 2000명을 뽑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문 자녀가 아닌 일반 지원자들이 경쟁해야 하는 실제 자리는 1600석으로 줄어든다. 만약 4만 명이 지원했다면 공식 합격률은 2000 / 40000 = 5%이지만, 레거시 등이 먼저 가져간 자리를 제외하고 일반 지원자끼리만 계산한 실질 합격률은 4% 미만으로 떨어진다. 지원자 풀이 넓고 레거시 우대가 강력한 최상위권 대학일수록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며, 레거시 배제 시 일반 전형 합격률이 기존 발표 수치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부의 대물림' vs '대학 생존과 전통'
 
레거시를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선은 매우 따갑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5% 이상이 레거시에 반대하며, 이를 '백인 자산가 계층의 신분 세습 도구'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하버드의 레거시 합격자 중 65% 이상이 백인 부유층이라는 법정 제출 자료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은 더욱 커졌다. 최근 존스홉킨스 등이 레거시 폐지를 선언한 것도 이러한 여론의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레거시를 고수하는 사립대들의 반론 역시 정교하고 현실적이다. 대학 측은 레거시가 단순한 특혜가 아니라 '대학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백년대계'라고 주장한다.
 
사립대학은 정부 보조금이 아닌 동문들의 기부금(Endowment)으로 운영된다. 졸업생이 모교에 거액을 기부하는 주된 동기 중 하나는 '내 자녀도 이 자랑스러운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유대감이다. 기부금은 다시 저소득층 및 소수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즉, 레거시가 학교 재정을 풍부하게 만들어 오히려 취약 계층에게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낙수효과를 낳는다는 논리다. 또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학교의 학풍과 전통을 이해하는 가문이 늘어날수록 대학의 정체성이 공고해진다는 주장이다.
 
공립대학은 대신 '주민 우대'
 
주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립대학은 레거시가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지니아 주립(UVA)이 최근 레거시를 폐지하는 등, 공립대학에서 명시적인 동문 자녀 레거시는 급격히 사라져 2026년 현재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MIT와 캘텍은 처음부터 없었고 UC시스템은 1998년에, 이외에 텍사스 A&M(2004년), 존스홉킨스(2020), 애머스트(2021), 카네기멜론(2023)이 뒤를 이었다. 대신 공립에는 레거시와 유사한 강력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데, 바로 '인스테이트(In-state, 자기주 거주민) 우대 정책'이다.  
 
주립대는 해당 주 납세자의 자녀를 교육할 의무가 최우선이므로, 우수한 타주(Out-of-state) 학생이나 유학생도 거주민 쿼터에 밀려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사립대의 장벽이 '혈연과 기부'라면, 공립대의 장벽은 '거주지와 납세'인 셈이다.
 
또한 피더 스쿨(Feeder School)이 있다. 하버드에는 보스턴 라틴 스쿨, 필립스 아카데미(앤도버), 스타이브선트, 필립스 엑서터 등 특정 고교 출신이 매년 집중적으로 입학한다. 2009~2024년 이 4학교 출신만 하버드에 100명 이상 입학했다. 이 중 일부는 공립 매그닛 스쿨이지만, 레거시.기부자 연계 학생 비율이 높은 사립 고교가 결과적으로 '비공식 레거시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레거시 극복 전략
 
레거시와 거주민 우대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제도 자체의 도덕성을 비판하며 분노하기보다는,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회하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레거시가 없는 한인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입 돌파구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의 적극적 활용: 사립대들은 레거시 지원자들에게 주로 얼리 전형에서 혜택을 부여한다. 역으로 일반 지원자 역시 자신이 가장 가고 싶은 드림 스쿨에 '얼리 디시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레거시만큼이나 '등록 확률이 100%인 우수 학생'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체 불가능한 독창성(Alternative Excellence): 레거시 가문이 줄 수 없는 '학업적 독창성'이나 '지역 사회 기여도'를 에세이와 과외 활동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완벽한 성적을 넘어, 대학 입학처가 꼭 들여놓고 싶어 할 만한 '독특한 스토리'를 가진 학생이 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셋째, 주립대 전략적 거주지 이전: 공립대 탑티어(UC 버클리, UCLA, 미시간대 등)를 목표로 한다면, 고교 시기에 해당 주로 미리 이주하여 '인스테이트' 자격을 확보하는 것이 사립대 레거시를 뚫는 것보다 훨씬 확실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장병희 객원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