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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빨도 안먹힌다…1550원 넘나드는 환율, 속타는 산업계

중앙일보

2026.06.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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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스1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스1

달러당 원화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급락하며 산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대미 관세 문제로 원화 약세가 지속할 거란 전망 속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시사하자 기업들은 고환율·고유가·고금리 등 ‘3고(高)’ 위기를 맞았다.

8일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 시초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월 6일 1590원 이후 최고치다. 외환당국은 이날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과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공동명의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구두 개입 직후 환율은 다소 상승 폭이 줄었지만, 추세가 꺾이진 않는 모양새다.

역대급 고환율에 자동차·정유·석유화학 등 기업들은 사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산업구조상 수출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수출에서 상쇄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상황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아 원화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이익 증가에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론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에 따른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결국 마케팅 비용이 상승하고 수요 위축이 겹칠 경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나 철강을 비롯해 주요 부품과 원자재 수입 비용 등이 늘어나 생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유업계와 석화업계도는 중동 전쟁이 석달 넘게 이어지며 이미 원유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 더욱 고민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에 따른 원유가격 상승분을 판매제품에 반영하고 있고,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 헤지(회피) 체계를 갖춰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각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전반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도 악재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은 시설 투자나 운영자금 조달 때 이자비용이 상승하고, 채권 발행금리도 높아져 부담이 커진다.

산업계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기업 실적 둔화와 소비위축이 맞물려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악의 고리’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판매 감소를, 정유·석화업계는 회사채 차환과 신규 조달비용 증가 등이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데, 금리까지 오르면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수요 감소가 전방산업까지 퍼지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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