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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도 부족했나…트럼프, 이번엔 인도양 섬 매입 검토

중앙일보

2026.06.0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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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양 차고스 제도(Chagos Islands)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주요 전략기지인 디에고가르시아(Diego Garcia) 섬이 있는 곳으로, 인도양에서 이란과 중국을 견제할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의 항공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의 항공 사진. AP=연합뉴스


영국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차고스 제도 매입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관련 구상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차고스 제도는 6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양 군도다. 과거 영국이 식민지로 삼고 모리셔스의 일부로 관리하던 지역으로, 이 가운데 가장 크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섬이 면적 약 44㎢의 디에고가르시아다. 영국은 1965년 모리셔스 독립을 앞두고 차고스 제도만 강제로 분리해 영국령으로 둔 뒤, 미국과 함께 디에고가르시아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이 이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려 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65년 당시 약 2000명의 차고스 원주민이 모리셔스 등으로 강제 이주됐는데, 모리셔스 측이 “독립 직전 영토를 분리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환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국의 차고스 점유가 불법이라는 취지의 권고 의견을 냈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자 영국은 결국 주권 반환 협상에 나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섬을 모리셔스에 넘겨줘선 안 된다며 영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디에고가르시아 섬이 중동과 아시아를 동시에 감시·타격할 수 있는 핵심 전략 거점이라서다. 최근 이란 전쟁 과정에서는 B-2 스텔스 폭격기 등의 출격 기지로 활용되며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2001년 10월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공격 임무를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 기지에서 이륙하는 미 공군 B-1B 폭격기. AFP=연합뉴스

2001년 10월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공격 임무를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 기지에서 이륙하는 미 공군 B-1B 폭격기. AFP=연합뉴스


그뿐 아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중국과 가까운 모리셔스 정부가 차고스 제도를 확보할 경우, 이곳이 중국의 해상 감시나 정보 수집 활동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리셔스는 중국의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구상) 사업 참여국으로 최근 중국과 경제·인프라 협력을 확대해왔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최근 수개월 동안 영국과 디에고가르시아 군기지의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디에고가르시아의 전략적 위치는 미국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군사 시설”이라며 “미국은 이 기지가 지역 안보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국과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고스 제도 매입’ 구상은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차고스 제도 주민들이 영국 정부의 차고스 제도 주권 이양 협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고등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차고스 제도 주민들이 영국 정부의 차고스 제도 주권 이양 협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고등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미국이 차고스를 직접 사들이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미국이 이를 매입하려면 먼저 영국이 이곳 주권을 모리셔스에 넘긴 뒤 미국이 다시 모리셔스와 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주권 이양 절차 자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영국은 차고스 주권을 모리셔스에 넘기고 디에고가르시아를 99년간 임차하려 했는데, 미국이 이 방안에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영국이 직접 통제하지 않을 경우 기지의 장기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민들이 그린란드 국기를 흔들며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점령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민들이 그린란드 국기를 흔들며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점령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AFP=연합뉴스


이번 구상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린란드가 북극 항로와 희토류 자원, 미사일 방어망 측면에서 미국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차고스 매입 구상 역시 안보상 필요성을 앞세워 전략적 영토를 확보하려는 트럼프식 외교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텔레그래프는 “가장 강력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영토를 구매하는 발상은 오래전 외교의 유물로 여겨졌다”며 “차고스 매입 구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사라진 영토 거래 관행을 되살리는 것으로 현대 외교의 종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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