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금 선물은 전날보다 0.9% 내린 온스당 4325.2달러에 거래됐다. 한 달 전보다 8.6%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 연합뉴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금값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할 전쟁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귀금속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오를수록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금 선물은 전날보다 1.25% 내린 온스당 4311달러에 거래됐다. 한 달 전보다 8.9% 하락했다. 올해 1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온스당 5626.8달러)와 비교하면 30% 급락했다. 국내 금값도 오름세가 꺾였다. 이날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21만1920원으로 한 달 새 5% 하락했다.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는 은값은 더 흔들리고 있다. 현재 은 선물은 온스당 67달러로 한 달 새 17% 추락했다. 올해 1월 말 기록한 사상 최고가(121.8달러)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박경민 기자
통상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금값을 끌어올리는 재료다. 이번에는 전쟁이 불러온 고유가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금리 인상 전망을 자극하면서 안전자산 수요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값을 좌우하는 것은 전쟁보다 금리”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값이 전고점을 돌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노무라에 이어 금리 인하 전망을 철회하는 투자은행(IB)이 늘면서 시장의 시선도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월가의 대표 IB인 골드만삭스도 금리 인하 전망을 접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당초 올해 12월과 2027년 3월로 점쳤던 두 차례 인하 시점을 내년 6월과 12월로 각각 늦췄다.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견조한 경기와 고용 지표가 금리 인상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3시 기준 연말까지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은 75.7%에 달했다. 한 달 전 우세했던 금리 동결 전망(75.1%)이 뒤집혔다. 이뿐 아니라 0.5%포인트 이상 인상 가능성도 같은 기간 0.7%에서 33.7%로 높아졌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연 4.147%로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에 쏠려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4월 상승률(3.7%)보다 0.6%포인트 높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4%대 물가는 2023년 5월(4%) 이후 3년 만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월 2.8%에서 2.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최근 추세가 이어진다면 곧 행동(긴축)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질 위험이 고용 둔화 위험보다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국내 채권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8%포인트 오른 연 3.94%에 장을 마쳤다.3.9%대에서 마감한 것은 2023년 11월 3일(3.949%)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