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년 전 우주에 있는 타원은하와 비활성 블랙홀의 위치도. 오렌지색 천체는 전경 은하단 암흑물질의 중력렌즈 효과로 원래보다 약 30배 크게 확대돼 보이며, 흰색 네모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정밀 분광 관측을 수행한 영역이다.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천문우주학과 지명국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하 JWST)을 이용해 약 100억 년 전 우주에서 활동을 멈춘 은하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먼 우주에 있는 비활동성 블랙홀의 질량을 주변 별의 움직임으로 직접 산출했다. 측정된 질량은 태양의 약 60억 배로, 블랙홀을 품은 은하의 규모에 비해 무거운 수치다. 연구 결과는 6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은하 중심 블랙홀은 물질을 흡수하며 밝은 빛을 내는 활동성 블랙홀과 물질 흡수가 끝나 빛을 내지 않는 비활동성 블랙홀로 나뉜다. 활동성 블랙홀은 먼 우주에서도 관측이 비교적 쉽지만, 비활동성 블랙홀은 빛을 내지 않아 주변 별들의 운동 속도로 질량을 추정해야 한다. 주변 별들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크다는 원리다. 다만 이 방법은 지금까지 약 6억 광년 이내의 비교적 가까운 우주에 주로 적용됐다. 더 먼 우주에서는 별의 움직임을 자세히 분해해 관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중력렌즈’ 현상을 활용해 이 한계를 보완했다. 중력렌즈는 앞쪽에 있는 무거운 천체의 중력이 뒤쪽 천체에서 나온 빛을 휘게 만들어 상을 확대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중력렌즈 효과와 JWST 관측을 결합해 100억 년 전 블랙홀 주변 별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공저자인 지 교수와 차상준 연세대 연구원은 중력렌즈의 확대율을 계산하는 ‘렌즈 모델링’ 연구를 수행했다. 확대율은 블랙홀 질량 측정의 정확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7개 연구 그룹이 독립적으로 구축한 렌즈 모델을 비교·검증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블랙홀은 자신이 속한 은하의 규모에 비해 질량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은하 내부의 별 전체 질량과 일정한 비례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블랙홀은 은하의 별 질량 대비 블랙홀 질량 비율이 같은 시기 일반 은하보다 약 10배 높았다.
이는 일부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은하보다 빠르게 성장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JWST가 초기 우주에서 은하 규모에 비해 무거운 활동성 블랙홀을 잇따라 발견한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번 성과는 먼 우주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활동성 거대 블랙홀 탐사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한국이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 등 차세대 초대형 지상망원경이 가동되면, 중력렌즈의 도움 없이도 다양한 거리에 있는 비활동성 거대 블랙홀을 직접 관측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