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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 코스피 7500 무너졌다

중앙일보

2026.06.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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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676.18포인트 내려 7484.41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0.18%와 7.68% 떨어졌다. [뉴시스]

8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676.18포인트 내려 7484.41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0.18%와 7.68% 떨어졌다. [뉴시스]

잘나가던 코스피에 ‘검은 월요일’이 닥쳤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발 실적 충격에 물가·환율·금리의 ‘3고(高)’ 공포까지 겹치면서 하루 만에 한국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시가총액 약 600조원이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하락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9% 내린 7484.41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8000선과 7500선을 내줬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20분간 매매가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연달아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미·이란 전쟁 충격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도 9.08% 떨어진 911.39에 마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직접적인 방아쇠는 지난 3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올 2분기 들어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3분기 목표까지 낮춰 잡자 시장에서는 ‘반도체 고점론’이 확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브로드컴 충격 이후 사흘간 누적으로 18.03%, 19.02%씩 하락했다. 두 종목 모두 20일 이동평균선(최근 20거래일간의 종가 평균을 연결한 선) 아래로 이탈했다. 단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지난 5일 장중 156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의 ‘팔자’를 부추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73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7일부터 21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이날 기관도 1조6246억원 순매도에 나섰다. 개인이 1조7612억원을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냈다.

문제는 악재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던 증권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LS증권은 이날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에서 아직 저점 신호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12일 스페이스X 상장, 16~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4일 독립기념일 전후 미국 선거운동 등이 추가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도 7일(현지시간)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사그라들고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탄비르 산두 글로벌 수석 파생상품 전략가는 “논쟁은 코스피 투자 매력이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수익을 일부 실현하면서 투자를 유지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종가 기준 76.63으로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4일(80.3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코스피 일간 평균 변동률도 3.9%로, 전쟁이 발발한 3월(3.7%)과 올해 전체 평균(3.0%)을 크게 웃돈다. 4%대 변동률은 외환위기(1997년·5.7%), 금융위기(2008년·7.4%), 코로나 팬데믹(2020년·4.9%) 등 위기 국면에서 나타났던 숫자다.

비대해진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연쇄 주가 급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 38조원을 넘어선 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연쇄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반대매매 규모는 1136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 5거래일간 누적된 반대매매 규모만 2874억원에 이른다.

극단적인 반도체 쏠림도 증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합산 비중은 52%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절반을 넘어섰다.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며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쏠려 있으면 변동성이 커질 때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대로 보면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과 메모리 수요가 훼손되지 않는 한 국내 증시의 중장기 이익 전망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서윤.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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