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판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시내(47)씨의 뒷모습. 유씨는 “‘5년 내 변호사시험 5회’ 제한 때문에 출산 후 제대로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번째 변시를 볼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엄마가 됐다는 이유로 오탈자로 전락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이 적지 않다. 출산, 임신을 거치면서 변호사 시험 시기를 놓친 탓이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로 변호사 시험 응시 제한 요건을 두는 현행 제도가 ‘모성 보호 의무’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절반 이상이 위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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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회복 기간 부족…5년 제한 가혹”
유시내(47)씨는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다가 2010년 로스쿨에 진학했다. 유씨는 로스쿨 재학 중 둘째를, 수험 생활 중 셋째를 출산했다. 유씨는 아이들을 돌보며 출산 전날까지도 공부했지만, 셋째가 희귀병 진단을 받아 미국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공부는 뒷전이 됐다. 울며 겨자먹기로 5번의 시험에 모두 응시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유씨는 “학교에서 휴학 권유도 있었지만 아이는 친정에서 봐줬기 때문에 공부 시간만 확보하면 다섯번 내에는 합격할 거란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사람들은 5년 제한 룰을 알고 로스쿨에 간 건 당신이 선택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내 의지와 달리 셋째의 희귀병이 내 삶에 어떻게 끼어들지는 예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털어놨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누리(40)씨는 2017~2019년 두 아이를 임신·출산하며 주어진 5번의 기회 중 세 번을 날렸다. 김씨는 “첫째 아이가 돌이 지나고 다시 시험 공부를 하려고 했을 때 둘째가 생긴 걸 알게 됐다”며 “둘째 임신을 알고는 기쁘다기보다는 예정일을 고려했을 때 다음 시험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둘째 출산 29일째에 시험을 봐야하는 상황에서 2019년 변호사 시험 자체를 포기했다.
김씨는 “출산 후 회복을 못한 상태에서 5일간 이어지는 변호사 시험을 보기 어려웠다”며 “시험을 유예할 수 있었다면 기쁘게 받아들였을텐데 제도가 가혹하단 생각을 더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까지 고민하게 만든 변호사시험법이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을 규정하는 헌법 36조 1항을 위반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모성권이나 자녀들의 돌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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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모성보호의무 위반…직업선택 자유 침해”
헌재는 지난달 21일 변호사시험법 7조 2항에 대해 재판관 4: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7조 2항은 5년 내 5회 응시 조항의 예외규정으로 병역의무만 인정한다. 임신·출산 등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은 현행 조항이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재판관이 5인으로 더 많았지만 정족수 6인에 미달해 합헌이 유지됐다.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국가의 모성보호의무를 고려할 때 예외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며 임신·출산의 사유로 변호사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준비생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과 같은 개별 법률이 여러 모성보호 조치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명백히 대비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나라 여성의 첫째아 출산시 평균연령은 33.08세”라며 “이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준비생의 대다수는 삶의 주기에서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이행할 수 있는 시기에 변호사 시험의 준비 및 응시를 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이런 시기에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해 정신적 고통을 받게 하고 긴 수험생활과 5일에 걸친 시험 일정은 태아의 건강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외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 법적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입법자가 예외사유에 임신 및 출산을 추가하는 개선입법을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반면 김형두·정경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병역의무 이행 외 다른 사유에 대해 변호사 시험 응시 한도 예외가 인정되는 사유나 그 지속 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다”며 “예외를 인정할수록 응시기회·합격률에 관한 형평성에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어 시험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