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으로서 영어를 배우는 분들께 사과하고 싶다. 물론 영어는 배우는 재미가 있는 언어이며, 능숙하게 구사하면 많은 기회와 보상도 따른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영어의 철자법은 논리적이지 않고, 문법도 예외가 너무 많아 일관된 적용이 어렵다. 이로 인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조차 올바른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도 미국인 가운데 문법이나 철자의 오류 없이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18세기 미국의 건국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음 중심의 철자 체계를 제안했다. 영어를 보다 논리적인 언어 체계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심지어 그는 새 알파벳을 위한 활자 제작까지 지시했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사전의 기초를 만든 노아 웹스터와 같은 언어학자도 프랭클린의 개혁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프랭클린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치 미국 헌법 제정 과정에서 그가 제안했던 노예제 폐지안이 외면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영어를 더 논리적인 언어로 만들 수 있는 역사적 기회는 사라졌고, 영어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언어로 남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반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큰 축복을 받았다. 바로 한글이라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문자 체계 덕분이다. 한글은 하루 정도만 공부해도 기본 원리를 익힐 수가 있다. 초보자도 단어의 뜻은 몰라도 읽고 쓰는 것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발음 또한 대체로 규칙적이며 예외도 많지 않다.
15세기에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은 모든 백성이 신분과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려고 했으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한글이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어는 문해력까지 완벽하게 습득하기는 어렵다. 일상적인 일본어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읽고 쓰는 능력까지 완벽하게 갖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개나 되는 일본어 문자를 모두 익히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획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일본어 문자들을 하나하나 익히는 과정은 무척이나 머리가 아픈 일이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한 번뿐인 인생으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지도자였던 마오쩌둥 역시 언어 개혁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의 정책 가운데는 문제가 있는 것도 있지만, 문자 체계에 대해서만큼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는 중국어를 보다 논리적인 철자법 체계로 바꾸고, 전통 문자는 학자들만 연구하도록 하려고 구상했다.
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마오쩌둥조차 벤저민 프랭클린처럼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무리 비논리적이라 하더라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변화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해도 저항은 마찬가지다.
세종대왕 역시 엘리트 학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그리고 이러한 비민주적 반발은 수 세기 동안 이어졌지만 한글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세종대왕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이 한글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세종대왕 덕분에 한국어를 쉽게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 한국어를 배우는 많은 외국인이 말하는 것보다 읽기와 쓰기 능력이 더 뛰어난 경우도 많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국어를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친절하고 인내심이 강한 한국인들과 계속 대화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나를 포함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도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반긴다. 그러니 영어가 어렵다고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영어는 복잡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가진 언어이기에 아름다운 시와 문학적 표현에 적합하다. 따라서 실력이 향상될수록 그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의 영어는 과학과 예술, 외교와 대중문화 등의 분야에서 국제 공용어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영어 공부는 지속적으로 하기를 권한다.
미국을 비롯해 모든 영어권 국가들을 대신해 영어라는 어려운 언어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나 영어를 계속 공부하면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읽고,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