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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A조 1위 할 듯” 베테랑 체코 기자 분석, 왜

중앙일보

2026.06.08 19:16 2026.06.0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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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스타 손흥민. 체코에게 조별리그 첫 상대 한국은 부담스러운 팀이다.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스타 손흥민. 체코에게 조별리그 첫 상대 한국은 부담스러운 팀이다. 뉴스1

체코와의 북중미 월드컵 A조 예선 1차전(12일)을 사흘 앞두고 있다. 본지는 한국을 정밀 분석 중인 체코 대표팀의 시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체코 축구 전문지 ‘해트트릭’의 비트 찰루파(57) 선임기자의 기고를 싣는다. 찰루파는 1989년부터 체코 유력 일간지를 두루 거치며 37년째 현장을 누비고 있는 베테랑 축구 전문가다. ‘키커’를 비롯한 독일 매체에서도 활약한 대표적인 ‘독일통’이어서 독일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는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황희찬도 잘 안다. 상대의 눈을 통해 우리의 무기를 역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찰루파 기자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체코 축구협회의 행정이나 대표팀 전술적 문제에 비판도 서슴지 않는 ‘소신파 언론인’으로 유명하다. 기고문을 전해오며 “한국 신문에 실리는 글이라고 해서 한국 대표팀을 좋게 포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편집자 주.


한국 팬에게 체코 축구를 소개한다면, 한마디로 ‘정신력의 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승부 근성과 집중력이 엄청 강하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을 포함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승부차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만 총 세 차례 승부차기를 경험했는데 모두 이겼다. 유로1976에선 서독(승부차기 5-3)에 이겨 우승했고, 유로1980 3위 결정전에선 이탈리아를 9-8로 물리쳤다. 유로1996 4강에선 프랑스를 6-5로 제압한 적도 있다. 이번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도 체코는 준결승전 아일랜드, 결승전 덴마크를 모두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아일랜드, 덴마크는 체코보다 객관적 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강팀이었다.

체코는 승부 근성과 집중력이 강한 팀이다. 승부차기에 특히 강하다. AFP=연합뉴스

체코는 승부 근성과 집중력이 강한 팀이다. 승부차기에 특히 강하다. AFP=연합뉴스


승부차기에 강하다는 건 지치고 힘든 가운데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만약 월드컵 모든 경기의 승패를 승부차기로 하나로 가린다면 체코가 우승할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지금의 체코는 파벨 네드베드, 토마시 로시츠키, 마레크 얀쿨롭스키, 얀 콜러. 밀란 바로시 등 수퍼스타가 이끌었던 2000년대 초중반의 황금세대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전력이다. 이번 대표팀 구성원도 절반 이상이 유럽 빅리그 클럽이 아닌 체코 자국 리그 클럽 소속이다. 하지만 국내파라서 조직력과 결속력에선 경쟁국에 크게 앞설 거라고 자부한다.

북중미 월드컵 목표도 당연히 조별리그 통과다. 탈락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하필 조별리그 첫 상대가 까다로운 한국이라는 건 조금 아쉽다. 체코가 첫 판을 잡아낸다면 더 없이 좋은 출발이겠지만, 현재로선 한국을 이기긴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기기 위해 무리할 필요도 없다. 조별리그는 3경기를 통해 32강에 오르는 데 필요한 승점을 쌓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정 팀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법은 없다. 실제로 체코는 유로1996 당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 후보 독일에 0-2로 졌지만, 결국 결승전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주목 받는 이강인. 뉴스1

한국 대표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주목 받는 이강인. 뉴스1


물론 체코는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단연 간판 스타인 손흥민(LAFC)이다. 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뛴 월드 클래스 공격수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지금은 전성기에서 내려왔다. 노련미는 더했지만, 그가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센터백이자 ‘캡틴’인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프턴)가 이끄는 체코 수비진은 손흥민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손흥민이 돌파하거나 침투할 공간을 원천봉쇄할 방법을 준비했을 것이다.

손흥민 만큼이나 체코 팬들에게 유명한 선수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다. 체코 간판 골잡이 파트리크 시크(레버쿠젠)와의 맞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팀 성적을 좌우할 핵심 선수를 꼽으라면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선택하겠다.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해 한국 공격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선수로 예상된다. 그는 큰 무대 경험도 많다. 다만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탓에 최상의 컨디션인지는 의문이다. 이강인과 2선 공격과 중원에서 맞붙을 체코 선수에 이목이 집중된다. 체코의 백전노장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은 아직 플레이메이커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을 집중 마크할 것으로 보이는 체코 수비의 핵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AFP=연합뉴스

손흥민을 집중 마크할 것으로 보이는 체코 수비의 핵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AFP=연합뉴스


체코가 몇 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느냐는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냉정하게 분석해 체코가 한국을 상대로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경기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체코-한국전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조 2위 결정전’이 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조 1위를 가리는 맞대결이 될 것이다.

한국(FIFA랭킹 25위)이 2승1무 또는 3승으로 최종 순위 1위, 체코(39위)가 2승1패로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최국 멕시코(15위)는 1승1무1패나 1승2패로 3위, 남아공(60위)이 3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와 한국 모두 멕시코를 꺾을 거라고 예상한다. A조에서 멕시코가 FIFA 랭킹이 가장 높지만,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소속 축구 변방국에 승리하며 쌓은 포인트가 많다. 게다가 이번 멕시코대표팀은 전력이 역대 가장 약하다는 평가다. CONCACAF엔 41개국이 가입돼 있지만, 멕시코의 적수가 되는 나라는 미국 정도다. 체코도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를 때쯤이면 고지대에 적응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멕시코가 낙담할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선 체코, 한국, 멕시코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도 있다.
37년째 축구를 취재 중인 체코 유명 축구 전문가 비트 찰루파 기자.

37년째 축구를 취재 중인 체코 유명 축구 전문가 비트 찰루파 기자.


정리=피주영 기자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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