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가 구호를 반복해 외치고 있다. 한찬우 기자
개표소 봉쇄가 이어지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시위에 ‘아스팔트 보수’ 성향 참가자가 대거 나타나며 시위 초기 “재선거”로 한정됐던 구호는 닷새째인 9일 현재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개표 수개표”로 바뀌었다. 개표소로 쓰인 핸드볼경기장이 시위로 둘러싸이면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체육인의 정상 업무도 막힌 상태다.
이날 오후 2시30분 경기장 각 출입구에는 참가자 십수 명씩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 출입구인 1-3 게이트 앞에 모인 인원까지 더하면 약 500명이 같은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시위 현장에 성조기를 붙인 버스가 주차돼 있다. 한찬우 기자
경기장 시설물에는 기존 부정선거론 시위에 자주 등장한 내용의 팻말이 다수 붙었다. 그중엔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이 옳았다’ ‘계엄은 정당했다’ ‘이재명 탄핵’ 등의 문구까지 등장했다. 한쪽으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풍선이 설치돼 있고, 성조기를 붙인 채 주차된 버스도 있었다.
지난 주말까지 시위대는 구호를 “재선거”로, 깃발은 태극기만으로 통일하며 ‘정치적 시위’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시도해 왔다. 하지만 평일로 접어들며 강성 보수 성향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씨도 가슴에 ‘재선거’ 문구를 붙인 채 “대만식 반장 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창문이 시위 참가자에 의해 테이프로 봉쇄된 모습. 한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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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준비도 발목 잡혀
전날 밤부터 시위대 사이에서 경기장을 지키는 인원이 모자라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참가자들은 건물 창문을 테이프로 덧발라 막았다. 근처에는 ‘창문으로 선관위가 탈출합니다. 감시 인원이 부족하니 도와주세요’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시위 초기 개표소에 고립됐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주에 이미 빠져나온 상태다.
올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체육인의 발길도 막혔다. 낮 12시35분 이성진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대표 등 관계자가 체육관 안에 있는 서류 등을 가지러 진입을 시도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붙잡았다. 연합회 관계자는 “체육관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관리하는 단체들이 있다”며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인감 증명서 등이 필요하고 노트북 컴퓨터에 모든 정보가 있는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연합회는 이날 오후 6시에 다시 경기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한찬우 기자
곳곳에서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끼리 다른 참가자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으로 의심해 욕설하며 쫓아가자 경찰이 말리는 경우도 계속해서 발생했다. 시위 현장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문제의식에 동조하며 시위를 응원하던 온라인 여론은 바뀌는 중이다. 시위 참가자가 미성년자 핸드볼 선수들의 짐을 직접 수색하고, 편의점에 납품되는 상자를 강제로 뜯어보는 등의 행동을 계속하면서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을 붙잡고 “중국 공안”이라고 주장하며 위협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일반인이 검문검색해도 되는 거냐” “경찰은 뭐 하냐, 행동에 책임지도록 해야”라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