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주 반도체 단지에 자리한 TSMC 본사 건물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TSMC는 인공지능 칩 수요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58% 증가를 기록했다. 최근 대만 당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 카드의 일환으로 중국 기업에 전면적인 첨단 칩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9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대만 당국이 중국을 겨냥한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조치에 대해 대만 당국이 미국 정책과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대만의 대중국 수출 통제는 화웨이, SMIC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특정 기업에 한정해 적용 중이다. 이번 검토 중인 규제가 시행될 경우 화웨이 등 기존 제한 기업뿐 아니라 중국 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AI칩 판매를 제한하게 된다. 이는 라이칭더 민진당 정부 출범 후 가장 포괄적인 기술 통제 조치가 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법적 처벌 근거의 부재다. 현재 대만에서는 허가 없이 AI 칩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 대만 당국은 잠재적 판매자에게 미국의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이를 처벌한 법적 수단이 없어 기존 다른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데 그친다. 새 규제가 도입될 경우 대만은 AI 칩의 밀수출을 처음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갖추게 된다.
이번 검토는 미국과의 무역협상과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는 대만이 미국의 정책을 ‘방향적으로 따르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규제 방향은 미국의 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하나. 우선 일정 성능 기준을 초과하는 AI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미국이 2022년부터 도입한 수출 통제 방식이 바탕이다. 미국은 엔비디아 등 고성능 칩이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지 못하도록 2022년 대중국 수출 통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반도체 우회 밀수 사례가 잇따른 점도 있다. 지난달 대만 당국은 수퍼마이크로 AI 서버 수출 관련 문서를 위조해 엔비디아 AI 칩을 중국·홍콩·마카오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 3명을 구금했다. 대만 최초의 반도체 밀수 단속 사례로 대만 검찰은 이들 3명이 일본을 경유해 서버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가 시행될 경우 베이징은 강력히 반발할 전망이다. 대만은 지금까지 미국의 규제를 전면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베이징은 2025년 화웨이·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때도 강하게 비판했다. 대만 외교부장은 당시 “대만은 반도체를 무기화하고 싶지 않지만, 대만의 이익을 해친다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장도 반응했다. 블룸버그 보도 직후 TSMC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약 1% 하락했다. 엔비디아도 영향을 받았으나 장중 두 종목 모두 보합세로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