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승부의 최대 분수령은 ‘회복 속도’가 될 것이라는 스포츠 과학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할 당시 맞춤형 영양 제품을 공급했던 글로벌 스포츠 영양 기업 ‘사이언스인스포츠(SiS)’의 수석 퍼포먼스 영양사인 마크 펠(사진) 박사의 진단이다 .
펠 박사는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회복이 월드컵 우승을 담보하진 않지만, 더딘 회복 속도는 월드컵을 통째로 잃게 만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료 보충과 철저한 수분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력 저하로 직결된다”며 “특히 월드컵 같은 무대에서는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대표팀이 격전을 치를 멕시코의 고지대 환경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고지대는 극심한 산소 부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경기 중 탄수화물 고갈을 앞당기고 경기 직후의 신체 회복을 지연시켜 경기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펠 박사는 경기 종료 후 ‘골든타임’인 첫 1시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혈투를 마친 선수들은 극도의 피로로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이때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적시에 보충하지 못하면 다음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기 종료 후 1시간 이내에 체중 1kg당 1g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며 “성인 선수 기준 대략 70~80g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소화가 어려운 선수들에게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기능성 음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지대 경기 중에는 ‘피로를 느낀 뒤 먹으면 이미 늦다’는 행동 지침도 제시했다. 펠 박사는 “에너지 고갈 후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단시간 내에 페이스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경기 개시 전과 워밍업 전후, 하프타임 등 전 과정에 걸쳐 탄수화물을 지속해서 공급해야 후반 막판까지 스태미나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에 도입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경기 중 수분 섭취 시간)’ 역시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라고 짚었다.
펠 박사는 이를 “선수 건강 보호 조치이자 경기력을 관리할 전략적 기회”라고 규정했다. 이어 “단순 수분 보충을 넘어 에너지 젤·음료 섭취, 신속한 전술 지시, 얼음 수건을 활용한 심부 체온 조절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국 대표팀이 약 3주간 고지대 전지훈련을 소화한 것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줬다.
펠 박사는 “3주 동안 고지대 환경에서 생활하고 훈련하며 수면을 취했다면 신체적 적응은 끝났을 것”이라며 “체내 적혈구 수 증가에 따른 유산소 능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희박한 산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인체가 스스로 적혈구를 다량 생성, 산소 운반 능력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기 전날에야 멕시코 현지에 입성하는 라이벌 체코의 전략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부 팀은 고지대 체류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당일치기’에 준하는 단기 입성 전략을 쓰기도 한다”면서도 “일시적 효과를 볼 순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리스크가 매우 큰 위험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펠 박사는 끝으로 “이번 월드컵의 키워드는 ‘더 많이 먹고, 경기 중 더 자주 보충하며, 경기 후 더 공격적으로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 과학적 디테일의 차이가 한국 대표팀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