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이 한국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 가장 자주 부딪히는 어려움 중 하나가 ‘본인인증’이다. 특히 한국 휴대전화가 없으면 공공 웹사이트 이용이나 인증서 발급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휴대전화 요금을 계속 내거나, 인증서 발급을 위해 멀리 떨어진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작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6일, 재외국민이 한국 휴대전화 없이도 ‘재외국민 인증서’를 발급받아 공공 웹사이트 인증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재외국민등록이 되어 있고, 주민등록번호와 유효한 대한민국 전자여권을 보유한 경우 민간 금융 앱을 통해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해당 인증서와 해외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하여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는 모든 해외 거주 한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외국민’이다. 미국 시민권 취득 등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한 외국 국적 동포는 재외국민등록 대상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이번 재외국민 인증서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에게는 여전히 한국 공공서비스 본인인증과 관련한 불편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재외공관을 통한 1종 보통 운전면허증 갱신과 국제운전면허증 신청 및 수령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한국 운전면허 갱신이나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해 한국 방문 일정을 따로 맞춰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제도가 시행되면 이러한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재외국민 관련 민원은 점차 편리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병역관리는 오히려 더 엄격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병무청은 지난달 3일 접수분부터 병역의무자의 단기국외여행허가 기간을 기존 1회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기간연장은 2회로 제한되고, 허가 기간 만료 후 고발 유예기간도 기존 30일에서 15일로 줄어든다.
병역문제는 어디에 살고 있느냐보다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느냐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학생, 장기체류자, 또는 국적이탈이나 국적상실 신고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이들의 경우에는 병역 관련 의무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기국외여행허가 기간이 줄어든 만큼, 허가 기간과 연장 가능 횟수, 만료일을 더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
최근의 변화는 해외 거주 한국인과 재외동포의 한국 행정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병역의무와 같이 국가 의무와 관련된 영역에서는 절차와 기한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사는 한인들에게 행정 절차는 단순한 서류 문제가 아니다. 여권, 국적, 병역, 상속, 세금, 가족관계, 부동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편리해지는 제도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엄격해지는 의무는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한국 법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계속 살펴보고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