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다음 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2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재연 우려가 시장에 번지고 있다. 금리 인상이 충분히 예고된 데다 인상 폭도 제한적이라 당시와 같은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올린다. 만약 올리기로 결정이 나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약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서게 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일 “중동 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의 적절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이미 내비쳤다.
시장 일각에서는 2024년 8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초저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나 주식, 가상자산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차입 비용이 증가하고 엔화 강세 가능성도 커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정리하면서 위험자산 시장 전반에 ‘팔자’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8월 당시 일본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강한 긴축 의지를 드러내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고,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시장에서는 대규모로 매물이 쏟아져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2년여 전과 같은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는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이 시장 예상보다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수개월 전부터 꾸준히 예고돼 왔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투자자들이 포지션 조정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오랜 기간 금리 인상 전망이 제기됐음에도 달러·엔 환율이 160엔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일본의 금리 인상만으로 엔화가 본격적인 강세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연 1.0%까지 올리더라도 미국 기준금리(연 3.5~3.75%)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수준이라 0.25%포인트 인상만으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크지 않은 배경으로 일본은행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도 꼽힌다. 일본 재무성(MO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일본 중앙정부 부채는 1343조8400억 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30%에 달한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정부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일본은행의 긴축 속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도 이번 인상을 ‘긴축의 시작’보다는 제한적인 정상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도 9일(현지시간) BOJ의 금리 인상은 “엔화 방어를 위한 성격에 가깝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