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비즈니스 시카고라는 단체가 있다. 시카고의 경제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제안해 기업이나 시민들로 하여금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이 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2050년 이후로는 시카고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채택하기 위한 것으로 5000달러의 상금을 걸고 도시 디자인 공모전을 한 것이다.
총 200개의 출품작이 나왔고 이를 추려 6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월드 비즈니스 시카고는 이 6개의 결선 진출작을 시카고 컬추럴 센터에 전시하고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가장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여름 내내 일반에 공개된 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을 선정한다는 것이 월드 비즈니스 시카고의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 선정된 작품은 시카고에 실제로 적용될 예정이다.
사실 시카고는 이런 도시 발전 계획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9년 다니엘 번햄 주도로 나온 시카고 플랜이 바로 그 것이다. 번햄의 시카고 플랜 혹은 번햄 플랜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 발전 계획은 ‘어떤 계획도 작게 만들지 말라’는 말로 현재까지도 널리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시카고 역사와 같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카고 플랜의 주요 컨셉은 현재까지 도시 발전의 밑바닥에 깊숙히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카고의 호숫가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도 시카고 호변이 잘 보전될 수 있었던 이유로 많은 이들이 시카고 플랜을 꼽을 만큼 호변 전체를 시카고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무분별한 계획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시카고 플랜 덕분이다. 또 시외곽을 연결하는 거미줄 모양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도로를 확장하며 철길을 통합할 것도 시카고 플랜을 통해 제안됐다. 아울러 막대한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시민 공원으로 조성해 현재의 삼림국을 만들 것과 시민 광장, 시민 센터의 건설도 계획했다.
물론 이중 계획대로 실현된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시카고 플랜이 20세기 시카고의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고 이중 상당수는 현재에도 유용한 길잡이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837년 시카고가 공식 설립되고 1871년 대화재를 이겨내며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한 뒤 1893 콜럼버스 만국박람회를 통해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시카고가 번햄 플랜을 통해 향후 발전할 방향을 채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100년을 계획했다.
그렇다면 2020년 이후 시카고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이번 월드 비즈니스 시카고의 공모전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모작들은 1909 시카고 플랜에 이은 2.0 버전의 초기 모습인 셈이다. 결선에 오른 6개의 계획은 미래의 시카고의 모습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중 일부는 이미 다른 도시에서 채택한 바 있어 실현 가능성이 이미 검증된 것도 있다.
첫번째는 그린 시티다. 시카고의 각 네이버후드를 수목원처럼 꾸미고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보자는 것이다. 이 디자인은 1837년 설립 당시부터 정원 속 도시를 모토로 삼고 있는 모톤 수목원에서 제안했다. 시카고가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대도시지만 초기 도시 계획자 덕택에 현재 많은 나무가 남아 있지만 더 많은 도심속 삼림을 만들자는 것이 그린 시티의 목표다.
두번째는 뒷골목을 활성화하자는 내용이다. 시카고의 유명 건축업체 젠슬러 앤 아드리안 스미스+고든 길이 제안한 이 디자인은 현재 시카고에 자리잡고 있는 1900마일 길이의 뒷골목을 거주공간과 친환경 공간으로 꾸며가자는 것이다. 현재 시카고의 뒷골목은 쓰레기 수거차가 지나가고 쥐들만 서식하는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지만 이 곳을 사람이 거주할 있는 친환경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세번째는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계획위원회가 내논 것으로 시내를 관통하고 있는 고속도로 상공을 덮어 지상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다운타운 인근 지역을 지나가는 댄 라이언과 아이젠하워 고속도로를 지하차도로 빼고 그 윗 공간을 보행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도심에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고속도로로 인해 각 지역이 분할된 시 곳곳이 연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계획은 이미 보스톤에서 적용한 바 있다. 총 150억달러를 16년간 투자해 지난 2007년 완공한 빅 딕(Big Dig)이 바로 그 것이다. 이를 통해 총 300에이커의 공간이 만들어졌는데 보스톤 다운타운과 해변가가 새롭게 연결됐다. 이 계획으로 새롭게 창출된 공간은 공원으로 만들 수도 있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개발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수 확대를 바라는 시의회에게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네번째는 잭슨파크와 링컨파크까지 연결된 블루바드를 생태 네트워크로 조성하자는 것이고 다섯번째는 식품 사막이라고 불리는 곳에 온실을 설치해 식자재를 확보하자는 내용이며 여섯번째는 현재 이전이 추진 중인 레이티드 필드 인근에 철골 건축자재 등의 재활용 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시카고 컬추럴 센터에 7월 24일까지 전시 될 공모작들 중에서 최종 선정작품은 9월15일에 발표된다. 이번 공모전에 제출된 아이디어 중에서는 시 곳곳에 예술작품 형태의 공공 화장실을 설치하자는 것도 있는데 이는 곧 현실화될 예정이다. 2050년 미래 시카고가 궁금하다면 올 여름 시카고 컬추럴 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