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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터] 파병 앞둔 군인부터 아빠 육아 크루까지…‘마인드마라톤’에 함께한 사람들

중앙일보

2026.06.10 13:30 2026.06.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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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5팀 사연

 강현구·권두란씨 가족. 김종연 기자

강현구·권두란씨 가족. 김종연 기자

‘2026 마인드마라톤’에는 1만 명의 발걸음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이 모였다. 20년지기 친구와 함께 달린 참가자도, 파병을 앞둔 전우와 마지막 추억을 만든 군인도,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아빠들도 있었다. 출발선에 선 계기는 달랐지만 아동·청소년의 마음건강을 응원하는 마음은 같았다.



“메달이 느는 만큼 마음도 자라요”

5km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74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강현구·권두란씨 가족에게는 특별한 기록이다. 저산소성 뇌손상으로사지마비 뇌성마비를 가진 열네 살 규빈이에게 이번 대회는 두 번째 5㎞ 도전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못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규빈이는 지난해부터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다. 가족은 이번 완주를 위해 시간을 쪼개 훈련했다. 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러닝머신을 달리고 주 1회는 트랙에 나가 함께 뛰었다.

장애가 있는 오빠에게 양보하고 기다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던 열 살 은유도 달리기를 통해 성취감을 쌓고 있다. 은유는 “중간에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달렸다”고 했다. 권두란씨는 “메달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도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슈퍼마리오’ 옷을 입은 초등 동창생들. 김종연 기자

‘슈퍼마리오’ 옷을 입은 초등 동창생들. 김종연 기자



초등 동창생들, 아이들을 위해 ‘슈퍼마리오’가 되다

충북 충주가 고향인 1992년생 초등학교 동창 네 명이 오랜만에 마인드마라톤 대회에서 모였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생활하는 심중기·최민규·이종찬·최규용씨는 1년에 많아야 세 번 정도 만날 정도로 각자 바쁘게 살고 있다. 최규용씨에게는 이번이 첫 마라톤이다. 친구의 첫 도전을 함께하고 싶어 다함께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응원하는 대회인 만큼 네 친구는 ‘슈퍼마리오’ 복장을 맞춰 입기로 했다. 이날을 위해 원색의 멜빵바지와 티셔츠, 가발까지 구매했다. 달리는 내내 아이들이 “슈퍼마리오다!” 외칠 때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일일이 인사를 나누다보니 10km 코스에서 기대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날만큼은 아이들의 ‘슈퍼스타’가 됐다. 심중기씨는 “그동안 기록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오늘은 좋은 성적을 낸 대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육군 삼각산부대 군인 러너들. 김종연 기자

육군 삼각산부대 군인 러너들. 김종연 기자



레바논 파병 앞두고 함께 달린 ‘군인’ 러너들

육군 삼각산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김미영·김효진·남경훈·백영환 등 네 명의 ‘군인 러너’는 마인드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1년간 손발을 맞춰온 이들은 평소에도 템플스테이, 찜질방 가기 등 매달 추억을 쌓았다.

김미영씨가 오는 9월 레바논 파병을 가게 되면서 이번 대회는 떠나기 전 함께하는 마지막 마라톤이 됐다. 언젠가 꼭 같이 뛰기로 했는데, 이왕이면 의미 있는 대회에 참가하자며 마인드마라톤을 선택했다. 이들은 완주를 목표로 서로의 페이스를 맞췄다. 군인 체력측정에서 ‘특급’을 받은 특급전사들이지만, 남경훈씨에게는 첫 하프 도전이기도 했다. 남씨는 “정신이 강해야 진짜 강한 사람”이라며 “아이들도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하는 기쁨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빠 육아 크루’ 8명. 김종연 기자

‘아빠 육아 크루’ 8명. 김종연 기자



아빠 육아크루, 마라톤 현장에 떴다

곽승현·김기원·김진성·류원호·박세웅·성현욱·유정관·이원필씨 등 ‘아빠 육아크루’ 6인이 마라톤 현장에 떴다. 경기도 양주의 한 직장 어린이집에서 만난 아빠 세 명은 2019년생 아이들을 키우며 가까워졌다. 지인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모임은 어느새 8명이 됐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임을 이어온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아이들과 피크닉을 다니면서 엄마들에게 자유시간을 선물해왔다.

최근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나이가 되면서 아빠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몸으로 놀아주는 육아를 넘어 아이들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제2의 육아’가 필요하다는 데 다같이 공감했다. 박세웅씨는 “오늘 대회를 계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들이 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지사들. 김종연 기자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지사들. 김종연 기자



“마음건강에 관한 편견 사라지길” … 사회복지사 6인의 도전

“일하다 보면 마음건강 문제에 편견을 가진 어른들을 많이 만나요. 이번 대회가 그런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화성시의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6명이 마인드마라톤에 함께 참여했다. 김민주·김현선·김혜원·박영민·유아영·유지형 사회복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우울과 불안 등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치료를 지원한다. 평소 아이들이 치료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이번에는 자신들도 러닝에 도전하며 아이들이 애쓰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공감해보기로 했다.

“우울과 불안,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해요. 마인드마라톤 같은 대회와 캠페인이 더 많이 열려서 아이들 마음을 지원하는 씨앗이 되면 좋겠어요.”(김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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