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엡스틴과 만남은 판단 착오…불륜 빌미로 협박 받아”
중앙일보
2026.06.10 13:52
2026.06.10 16:54
10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을 조사 중인 하원 감독위원회의 비공개 조사에 참석하기 위해 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사망한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틴(엡스타인)과의 과거 친분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엡스틴과의 만남을 “심각한 판단 착오”라며 후회하면서 사생활을 빌미로 그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10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위원회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했다.
의회 출석 및 녹취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 성사된 이번 청문회에서 게이츠는 모두발언을 통해 엡스틴의 성범죄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가 지속적으로 범죄에 관여하는 정황을 본 적이 없고, 그의 사유지 섬이나 플로리다 자택, 목장 등에도 방문한 적이 없다”며 “엡스틴과의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게이츠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글로벌 보건 사업의 수십억 달러 투자 모금을 위해 엡스틴을 소개받으면서 시작됐다.
게이츠는 당시 그에게 법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알았지만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신중한 검토 없이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2014년 12월을 기점으로 교류를 완전히 단절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이츠는 교류가 끊긴 이후 엡스틴이 자신의 결혼 생활 중 불륜 사실을 포함한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빌미로 다시 연락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그의 사기적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사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나를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애초에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실제로 미 법무부가 ‘엡스틴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공개한 350만 쪽 분량의 문건에는 게이츠의 과거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큰 파장이 일었다.
파일 속 이메일에는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성관계한 뒤 성병에 걸린 사실을 당시 배우자 멀린다에게 숨기려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포함됐다.
게이츠는 성병 관련 의혹은 “터무니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이후 재단 직원들에게 복수의 러시아 여성과 두 차례 불륜 관계를 가졌던 사실은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이 불륜이 엡스틴과의 교류 자체와는 무관하지만 내 가족에게는 큰 고통이었다”며 거듭 유감을 표했다.
한편 미국 의회는 엡스틴 파일 공개를 계기로 그와 연루된 유력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강도 높은 비공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레슬리 웩스너 전 빅토리아시크릿 최고경영자(CEO) 등이 조사를 마쳤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전 CEO 레온 블랙 등도 조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