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새 시리즈 ‘참교육’의 반향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국내에서만 나오고 있는 게 아닙니다. 공개 일주일만에 공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사실 그 많은 ‘글로벌 히트작’ 중에서 한류 우세 지역인 아시아, 중동, 남미를 벗어난 진짜 성공작은 아직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위 지역을 넘어 미국과 서유럽에서도 주목받은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킹덤’, ‘지옥’ 같은 작품들 정도로, 아직은 손에 꼽을만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2026년 6월 6일 자로 전 세계에 공개된 ‘참교육’은 이 장벽을 뛰어넘은 또 하나의 성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이 공개한 6월 10일 자 순위에서 ‘참교육’은 넷플릭스의 글로벌 드라마 부문 전체 2위(비영어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국가별로 볼 때도 프랑스에서 3위, 독일에서 4위, 미국과 영국에선 7위입니다. 이런 반응은 특히 ‘참교육’이 담고 있는 내용 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묘사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랍습니다.
'참교육'의 주인공 김무열. 해외에서 "한국의 '존 윅'이라는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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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어떤 작품인가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들의 일탈이 일상이 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배경으로 합니다.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교사들은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외면하고, 학부형들은 이기적인 참견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방해하죠.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학교는 정글이 되어 갑니다.
교육부 장관(이성민)은 교권보호국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치,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 아래의 실무자 화진(김무열)은 학생들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학교폭력 가해자 같은 불량 학생들에게 가차 없는 따귀를 날리고, 가차 없이 병든 부위를 도려냅니다.
‘참교육’의 미성년자 폭행은 ‘다른 학생과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극 중의 ‘나쁜 학생’들은 맞아도 쌀 만큼 공공연하게 악행을 저지르고 있기도 하죠. 그렇다 해도 한국을 포함해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대다수 국가에서 학생 체벌은 아예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열광은 매우 놀랄 일입니다. 과연 그것이 적절한가 하는 고민이 한국만의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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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의 호평
심지어 글로벌 비즈니스 미디어인 ‘포브스’는 이 드라마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 ‘이 드라마는 올해의 최고작이 될 수도 있다’는 리뷰를 게재했습니다. 이 리뷰는 ‘참교육’을 밀레니얼 이후 세대의 일탈과 그들을 관리하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다룬 신선한 작품으로 평가하며, ‘그래도 아직 좋은 교사와 좋은 학생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에 공감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화진 역의 김무열에 대해서는 “영화 '존 윅' 시리즈의 키아누 리브스를 연상시킨다. 아직도 글로벌 스타가 되지 않은 것이 놀랍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참교육'이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미국 '포브스' 지의 리뷰. 'Teach you a lesson'은 '참교육'의 영어 제목. 사진 포브스 홈페이지. https://www.forbes.com
여기서 주목할 점 하나. 대다수 선진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학교에서의 체벌이 전면 불법이 아닙니다. 미국은 주별로 자체 법규에 따라 허용/금지를 달리하고 있는데, 공립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한 주는 전체 50개 주 중 33개지만, 사립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주는 단 5개뿐입니다.
물론 ‘때리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는 것과 ‘때려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죠. 실제로 학생을 때리는 학교는 미국 남부의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계 학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런 학교도 아직 남아 있다는 데서 ‘학교가 때려서라도 학생을 훈육할 권리(혹은 의무)’가 학생의 인권 못지않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미국 특유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청소년을 바라볼 때 ‘부모와 사회가 보호와 훈육해야 할 대상’의 측면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적 존재’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한 사회의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교육 정책은 둘 중 하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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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생 인권' 중시의 결과
한국은 아주 전통적으로 청소년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어른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간주해 왔고, 거기에 대한 반동으로 지난 30여년 동안은 청소년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 엄청난 노력이 투입됐습니다. 그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오늘날 ‘참교육’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 ‘참교육’은 시원하기는 하지만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매회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지만, 교권보호국은 모든 상황에서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들은 절대 틀리는 법이 없는 확신 아래 학생들을 다루고, 늘 교정에 성공하죠. 그런데 이런 모습은 늘 성공한다는 부분만 빼면, “다 너희를 위해서 때리는 거야”라고 말하며 ‘사랑의 매’를 날리던 40년, 50년 전의 폭력 교사들과 사실 다를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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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느끼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분명히 문제를 직시해야 할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적인 정의 실현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근 10년간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죠. ‘모범택시’와 ‘비질란테’, ‘더 글로리’와 ‘열혈사제’, 최근의 ‘언더커버 미쓰홍’까지 공권력이 긁어주지 못하는 가려움을 개인들이 해결하는 내용의 작품들이 줄줄이 히트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괴물 같은 판사가 국민의 지지를 발판으로 사회악을 해결하는 ‘악마판사’도,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의 기관을 만들어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참교육’도, 모두 기존 제도 집행의 한계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겨냥한 작품들이죠.
미국 HBO의 세계적인 히트작 '유포리아'. 마약, 폭력 등 미국 고교생들의 희망 없는 현실을 다뤘다. 사진 HBO맥스
미국 학교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은 전에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에서 2022년에 걸쳐 방송된 HBO의 '유포리아'는 공공연한 마약 유통, 성폭력의 일상화, 극심한 개인주의, 교사와 교직원들의 무관심과 방치를 드러내고 있지만,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이런 암담한 현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비록 판타지지만 ‘참교육’의 과격한 ‘해결’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참교육'에도 스마트폰이 여러 차례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특히 스마트폰과 10대의 결합이 악의 근원이라는 생각 또한 세계 공통입니다. 이미 2023년 UNESCO의 글로벌 교육 모니터링 보고서는 학습 효율 저하와 정서적 불안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전 세계 학교에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그 병폐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실상 전 세계가 학교 교육과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데 비해 정책이나 제도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교육'을 보고도 '미성년자를 저렇게 때린다고?'라는 생각보다 '어쨌든 드라마 속이지만 해결을 해 주니 후련하다'는 느낌이 국경을 넘어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9세기에는 국가의 독선적인 폭력에 맞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들이 매우 진보적인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제도들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처벌해야 마땅한 가해자들을 보호하고 피해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쪽으로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참교육’의 국경을 초월한 인기는,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해 가고 있는데, 제발 어떻게든 해결을 해 달라'는 공분이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교육’은 어쨌든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