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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바나나는 아직 거기 그대로 있다

Chicago

2026.06.1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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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손헌수

원숭이 네 마리를 우리 안에 넣는다. 우리 한가운데에는 기다란 장대가 하나 세워져 있고, 맨 꼭대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바나나 한 송이가 매달려 있다. 원숭이들은 며칠째 굶은 상태다.
 
우리 안에 들어가자마자 원숭이들은 정신없이 장대를 오른다. 원숭이 한 마리가 가장 먼저 바나나에 손을 뻗은 순간, 실험자는 강력한 물대포를 쏜다. 원숭이들은 흠뻑 젖은 채 혼비백산해 내려온다. 원숭이는 물을 몹시 싫어한다고 한다.
 
그 이후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힐끔힐끔 쳐다볼 뿐, 아무도 장대에 오르지 않는다. 다음 날, 원숭이 네 마리 중 두 마리를 빼고 새로운 원숭이 두 마리를 넣는다. 신참 원숭이들은 당연히 바나나를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전날 물대포를 맞았던 고참 원숭이들이 신참 원숭이들을 붙잡고 때리며 장대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단다. 결국 신참 원숭이들도 바나나를 포기한다.
 
그 다음 날에는 물대포를 맞았던 고참 원숭이들을 모두 빼고 또 다른 원숭이들을 넣는다. 이제 우리 안에는 물대포를 직접 경험한 원숭이는 한 마리도 없다. 그런데도 새로 들어온 원숭이가 장대에 오르려고 하면 나머지 원숭이들이 달려들어 막는다. 왜 막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예전부터 그래 왔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면 우리 안의 원숭이는 모두 교체된다. 물대포를 직접 경험한 원숭이는 한 마리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원숭이가 바나나를 향해 올라가려 하면 여전히 나머지 원숭이들이 달려들어 막는다.
 
사실 물대포는 첫날 이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물대포에 사용되는 물탱크는 이미 비어 있다. 두 번째 날부터는 누가 바나나를 먹으러 올라갔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심리학 책과 경영학 책에서 종종 인용된다. 게리 해멀(Gary Hamel)과 C. K. 프라할라드(C. K. Prahalad)의 『Competing for the Future』에도 소개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KAIST 정재승 박사에 따르면 실제로 이런 실험이 수행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논문도 없고 연구 자료도 없다. 과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전설의 실험'으로 취급된다. 비록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준다.
 
오늘날 조직에서 관행처럼 이어지는 일들은 과연 모두 합리적인가? 군대에서, 회사에서, 학교에서, 또는 각종 단체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요구하는 일들은 정말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일까? 아니면 이유조차 잊어버린 채 반복되는 습관적인 행동일까? 조직에서 "왜?"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져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과 경험은 중요하다. 조직의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치며 축적된 지혜가 담겨 있다. 좋은 전통은 후배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전통은 존중의 대상이지 숭배의 대상은 아니다.
 
환경은 계속 변한다. 기술도 변한다. 시장도 변한다. 그런데도 예전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순간 조직은 늙는다. 젊고 건강한 조직은 "왜 안 되는데?"라고 묻는 사람을 귀찮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환영한다. 오래된 경험을 공유하되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인다. 
 
지금 우리 조직에도 바나나는 아직 그대로 매달려 있는지 모른다. 물탱크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장대에 오르려고 하는데 그저 오래된 관행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의 뒷다리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나나는 아직 거기 그대로 있는데도 여전히 굶고 있는 것은 원숭이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늙어버린 조직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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