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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규제 외쳤던 50년 전 '밴쿠버 주거 정상회의' 흔적 상실

Vancouver

2026.06.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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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주거 정상회의 무대였던 제리코 비치 현장 가보니
부동산 투기 차단 약속한 밴쿠버 선언 허망하게 잊힌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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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세기 전인 1976년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주거 정상회의'가 개최 50주년을 맞았으나 지역 사회의 기억에서 완전히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전 세계 131개국에서 1만여 명의 관계자가 모여 도시화에 따른 거주 환경 악화와 빈곤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던 이 대회는 주거 분야의 역사적 이정표로 꼽힌다. 현재 밴쿠버가 심각한 부동산 투기와 임대료 상승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당시 선언된 의제들을 다시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거권 확립과 투기 규제 담은 밴쿠버 선언의 탄생
 
유엔인간정주회의(Habitat)는 전 세계 도시와 주거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이 개최하는 국제 회의로, 1970년대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난 불량 주거지 형성, 에너지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밴쿠버 퀸 엘리자베스 극장에서 열렸다. 당시 각국 대표단은 논의 끝에 주거와 깨끗한 식수 공급을 인간의 기본 권리로 규정한 밴쿠버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정부가 토지 시장을 엄격히 규제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하며 공공주택 공급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회의를 계기로 현재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유엔인간정주계획이 출범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같은 시기 제리코 비치의 옛 비행기 격납고 5개 동에서는 비정부기구와 시민 활동가들이 주도한 대안 행사인 하비타트 포럼이 함께 진행됐다. 이 행사에서는 건축가 아서 에릭슨 씨가 폐자재를 활용해 설계한 종이 구조물이 전시됐고, UBC 공대생들이 초기 형태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등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실험이 이어졌다. 마더 테레사 수녀를 비롯한 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해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을 촉구했으며 피에르 트뤼도 당시 총리도 참석해 연설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 마련된 공간에서 재생에너지와 무하수 처리 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도시의 미래 방향을 논의했다.
 
화려한 상업 행사에 밀려 사라진 유산과 정책적 역설
 
역사적 이정표로 평가됐던 해당 정상회의가 시민 기억에서 희미해진 배경으로는 10년 뒤 열린 대형 상업 박람회인 에스포 86의 영향이 거론된다. 당시 행사에 대한 관심이 이후 대규모 국제 행사로 이동하면서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밴쿠버 박크 위원회가 행사 종료 2년 만에 하이다족 예술가 빌 레이드 씨의 벽화가 있던 격납고를 포함해 핵심 시설 4개 동을 철거하면서 물리적 흔적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현재는 제리코 세일링 센터와 목재 조각물 1점만 남아 있다.
 
주거 연구자들은 선언문 채택 이후에도 밴쿠버 시 당국이 토지 개발과 투기 중심의 정책 구조를 유지해 왔으며, 이 과정이 현재의 주거 비용 상승과 주거난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UBC는 회의 개최 50주년을 맞아 관련 주제를 다루는 심포지엄을 올가을 개최할 계획이다.
 
 

장민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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