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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초심(初心)이여 !

Los Angeles

2026.06.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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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지난겨울은 어느 해보다 비바람과 폭풍이 유난했다. 겨울의 혹한이 심할수록 다시 찾아오는 파란 봄 하늘은 더 큰 환희와 희망을 준다. 뒷산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안개는 긴 겨울잠에 빠져있던 생태계를 일깨우는 창조주의 숨결 같고, 오솔길 옆의 노란 민들레꽃은 창조의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이런 신비로운 생성의 원리를 맞이할 때면, 인간도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크고 넓은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할 때까지 어머니의 품은 한없는 우주이고 존재의 모두였을 것이다.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삼라만상은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먼 옛날 여행자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목적지의 방향을 찾았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며 삶의 방향을 잃을 때면, 어머니의 모습과 음성을 생각하며 삶의 방향을 찾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말씀이나 행동이 삶의 나침반이 되었고, 성장 후에도 이런 어머니의 잔상이 초심(初心)으로 살아가게 하는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초심이란 태어날 때의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며, 한때 좌절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의 마중물이 되었다.  
 
어린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초심을 잃고 물질적 욕망과 명예욕을 추구하며 일생을 보낸다. 대부분의 삶을 ‘세상 놀이’에 집중하며 세월을 보내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가 다다른 후에야  비로소 삶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젊은 시절이 가능성을 확신하고 성취를 갈망하는 시간이었다면, 노년기는 한계를 수용하고 남은 삶을 정리하며 인생의 본질로 관심이 이동하는 시기일 것이다. ‘명상록’의 저자로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연이 주는 것을 사랑하라”고 했다. 즉, 노년의 신체적 변화, 기억력 감소, 관계의 상실들과 같은 현상을 저항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의 문제로 보았다. 젊을 때는 죽음이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노년에는 그것이 구체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살고 가장 진실한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작가 헤르만 헤세는 “삶이란 어머니의 요람에서 시작하여 우주의 원리에 따라 마지막으로 우주의 거대한 요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육체의 욕구가 빠지면 욕망의 소음이 줄어들고 영혼의 빛이 더욱 투명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작가의 논리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듯이 인간의 결심이 흔들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인정했다. 자책보다 다시 시작하는 깨달음으로, 초심을 찾으려 노력하는 인간 내면의 마음가짐이 훌륭한 삶의 과정이라고 한다.  젊음은 무엇을 가질 것인가의 시간이라면, 노년은 “나는 무엇인가”를 묻고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는 초심을 잃게 되면 혹독한 시련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과 한 약속을 잊은 지도자의 독선,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의 이혼, 창조주에게 헌신과 믿음을 약속한 성직자의 일탈, 사회봉사를 약속한 인사들의 배신 등 모두 초심을 잃어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개인적 비극, 혹은 국가와 사회적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인생의 마라톤에서 생의 종착점이 희미하게 보이는 지점에 있는 세대에게는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있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의 묘비명에는 ‘I knew if I wait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조금 편안한 해석이지만 ‘우물쭈물 살다가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말이다. 이는 인생의 유한성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삶을 후회하는 글이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이 세상에서의 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창조주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초심(初心)으로 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이영송 / 한미문화교류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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