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계의 현역 레전드 "지금은 골프에 대한 책임감 커" 후배들에 해외 투어 경험 강조 JLPGA 통산 30승 고지 눈앞
지난 4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제81회 US여자오픈 1라운드 직후 만난 신지애. 김경준 기자
프로 데뷔 22년 차 신지애는 여전히 필드 위에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를 모두 거친 그는 이제 한국 여자 골프에서 ‘오래 경쟁하는 법’을 보여주는 현역 기준점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제81회 US여자오픈이 열린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지난 4일 만난 신지애는 오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친구들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김하늘 등 같은 시대를 함께했던 선수들이 하나둘 필드를 떠난 사이, 투어에는 어느새 어린 후배들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외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신지애는 “내가 오랫동안 잘하면 할수록 후배들이 목표를 더 길게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골프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해외 무대 경험이다. 그는 예전 US여자오픈에는 한국 선수들이 40명 가까이 출전하던 때도 있었다며, 더 많은 후배가 미국과 일본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지애는 “미국에서는 며칠만 연습해도 골프가 느는 느낌이 든다”며 “자꾸 부딪혀 봐야 자기 위치를 알 수 있고, 그것을 넘기 위한 시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해외 투어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코스 조건 때문이다. 한국 투어도 규모와 인기가 커졌지만, 골프장 특성은 비교적 비슷하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잔디, 기후, 지형, 그린 주변 상황이 훨씬 다양하다. 신지애는 “한국의 골프장은 특성이 비슷한 곳이 많다”며 “미국과 일본은 잔디도 다르고 환경도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 것을 경험해야 선수들이 가진 기술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무대에서는 같은 쇼트게임이라도 잔딧결, 러프의 밀도, 그린 경사와 단단함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띄울 것인지, 굴릴 것인지, 스핀을 걸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곧 스코어로 이어진다. 신지애는 이처럼 다양한 환경이 선수의 기술 폭을 넓힌다고 봤다.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도 자극이 된다. 그는 “한국에서 매번 같이 보는 선수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밖에 나와 다양한 선수들을 보고 참고도 하고, 자신이 보여줄 수도 있다”며 “그런 자극은 한국보다 미국과 일본에 더 많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자신이 사인한 골프공을 소녀 팬에게 주고 있다. 김경준 기자
22년째 정상급 무대에서 버틴 비결로는 특정한 원칙보다 ‘자기 파악’을 꼽았다. 코스 매니지먼트는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과 구질, 샷 감각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신지애는 “고수하는 원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그때그때 자신의 컨디션을 봐 가면서 조절해야 한다. 스스로를 잘 알아야 코스 매니지먼트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를 먼저 파악해야 어느 곳에 가서도 지금 자신의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획이 세워진다”고 했다.
루틴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특정한 방법을 답으로 제시하기보다, 선수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신지애는 “각자 자기만의 루틴이 있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자신을 자꾸 괴롭히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30승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 1승만 더하면 된다. 그러나 올 시즌 목표를 거창하게 잡지는 않았다. 그는 “너무 멀리 보기보다 지금 앞에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눈앞에 있는 목표부터 하나씩 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