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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 정부의 ‘생활비 전쟁’ 믿어도 될까

Los Angeles

2026.06.14 20:00 2026.06.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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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 사회부 기자

강한길 사회부 기자

“생활비가 너무 비싸다.”
 
캘리포니아주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하소연 중 하나다. 집값과 렌트비는 물론 식료품 가격과 자동차 보험료, 의료비까지 오르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주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 커졌다. 많은 가정이 형편이 좋아지기는커녕 기존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생활비 상승이 임금 인상 속도를 앞지른 지 오래라는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캘리포니아 버짓 앤드 폴리시 센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18~24세 사이 청년층 23%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또 주민 10명 중 7명은 의료비가 가계에 재정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 기관은 앞으로 1년 동안 식료품 가격이 3.4%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캘리포니아주 법무부는 최근 전국 최초로 ‘생활비 대응팀(Affordability Response Team)’을 신설했다. 가격 담합과 독점 행위, 소비자 사기, 불법 임대 관행 등 생활비 부담을 가중하는 시장의 불법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취지다. 생활비 문제를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닌, 법 집행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공공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한 셈이다.
 
주 정부가 강도 높은 단속을 예고하며 칼을 빼 든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과 항공권, 공연 티켓 등에서 논란이 된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처럼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을 악용한 불공정 관행이 생활비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격 담합과 독점, 소비자 사기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가격 경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생활비 문제를 시장 질서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감시와 규제만으로 지금의 생활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뿌리는 몇 건의 단속만으로 제거하기엔 너무 깊다. 치솟는 렌트비의 배경에는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있다. 자동차 보험료와 의료비 상승 역시 기업의 가격 정책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다.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복잡한 규제와 많은 세금도 생활비를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식료품 가격은 국제 공급망과 에너지 비용, 기후 문제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도 받는다.
 
결국 생활비 위기는 단순히 일부 기업의 탐욕이나 불법 행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다. 주거와 의료, 보험,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주 정부의 단속 조직 운영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단속 실적이 아니라 실제 삶의 변화다. 매달 렌트비 걱정하지 않고, 병원비 청구서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다. 생활비 문제는 경제 지표가 아니라 주민의 일상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화려한 경제 성적표는 별 의미가 없다.
 
주 정부가 선포한 생활비와의 전쟁이 승리로 끝나려면 단속 실적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불공정을 바로잡는 노력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와 의료비 부담 완화, 보험료 안정화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도 병행돼야 한다.
 
생활비 문제는 단순히 지갑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안정성 여부가 달려 있다. 생활비 위기의 원인이 구조적이라면 해법 역시 구조적이어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단속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강한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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