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타임스는 UC 버클리 수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600명 이상의 UC 교수들이 STEM 전공 지원자에게 SAT나 ACT 같은 표준화 시험을 다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C 수학 교수들의 표준화 시험 복귀 요구는 단순히 표준 학력 평가인 SAT를 다시 입시에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으로만 보기보다 학생의 실제 학업 준비도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본다.
▶성적표가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
그동안 많은 학부모는 높은 내신, 어려운 과목 이수, AP 수강 여부를 대학 준비도의 핵심 지표로 보아 왔다. 학생이 프리칼큘러스(Precalculus)나 미적분을 들었고, 성적표에 A가 찍혀 있다면 대학 수학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쉽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그 믿음이 반드시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목명은 높아졌지만, 실제 개념 이해가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과목을 통해 무엇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되었는가이다. 함수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지, 그래프를 보고 관계를 해석할 수 있는지, 방정식을 단순 계산이 아니라 문제 상황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성적 인플레이션이 존재하고 학교마다 평가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는 같은 A라도 같은 실력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학교수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의 성적표는 우수해 보이지만,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기초 체력이 부족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형평성은 입학 이후까지 이어져야 한다
표준화 시험 폐지는 형평성을 위한 결정이었다. 시험 준비 자원이 많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차이가 생기고, 저소득층이나 1세대 대학생, 교육 환경이 불리한 학생들에게 불공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타당하다. 따라서 단순히 SAT를 다시 요구하자는 주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험 하나로 학생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준비도 격차를 측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격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 입학 후 더 냉정하고 잔인하게 드러날 수 있다. 특히 STEM 전공에서는 수학 기초가 약하면 물리, 공학, 컴퓨터 과학, 경제학, 데이터 분석 수업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워진다. 결국 학생은 입학에는 성공했지만, 전공을 바꾸거나 학업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진정한 공정성은 단순히 입학 기회를 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이 들어온 뒤 성공할 수 있도록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보완 교육을 제공하며, 전공 선택 전에 자신의 준비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논쟁은 “시험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대학이 학생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책임 있게 확인하고 지원할 것인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학부모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
이 기사가 학부모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아이의 성적만 보아서는 안 된다. 특히 STEM 계열을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수학의 진짜 실력을 점검해야 한다. 문제를 빨리 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푸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다. 공식을 외워 적용하는 학생과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에 옮겨 적용하는 학생은 대학에 가면 큰 차이를 보인다.
학부모는 아이에게 단순히 “몇 점 받았니”라고 묻는 대신,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했니”, “다른 방법으로도 풀 수 있니”,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 볼 수 있니”라고 물어야 한다. SAT가 다시 요구되지 않더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글을 읽고, 정보를 분석하고, 수학적 구조를 찾아내는 능력은 대학 공부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UC 교수들의 문제 제기는 시험 부활 논쟁으로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입시는 스펙을 많이 쌓은 학생보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학생을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험 점수 하나가 아니라, 대학 강의실에서 버틸 수 있는 지적 근육이다. 학부모와 학생은 이제 성적표 너머의 실력을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