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종전 협상에 이른 이란 전쟁을 놓고 전쟁의 비용과 속도 개념을 다시 정의하는 새로운 전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비교적 저렴한 샤헤드 계열 자폭드론을 대규모로 띄워 고가 방공망을 압박했고, 미국은 인공지능(AI)으로 표적 자료를 빠르게 분류해 공습 속도를 끌어올렸다. 전투기와 미사일 중심의 전통적 화력전만으로는 전쟁의 양상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지난 3월 1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 연료 저장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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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 1발 값이면 드론 100대…미국도 깨달은 가성비
가장 먼저 드러난 변화는 비용 경쟁이다. 이란의 샤헤드 계열 드론은 1대당 2만~5만 달러(약 3000만~75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이를 막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1발에 약 400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한다. 일회성 자폭드론이 대당 3만5000달러(약 5250만원)라고 하면 패트리엇 1발 비용으로 100대 이상을 뽑아내는 게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실제 이란은 전쟁 초반부터 드론을 물량으로 밀어붙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2월 28일 개전 후 첫 주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의 걸프 지역 우방국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100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을 인용해 이란의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3월 1~8일 걸프 국가를 겨냥한 기록된 공격의 약 71%가 드론이었다고 분석했다. 거대한 파괴력을 지닌 탄도미사일보다 저가 무기에 기대 방공망을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비싼 요격 수단을 쓸 수밖에 없어 전쟁 비용도 불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마크 캔시안 CSIS 국방·안보 고문을 인용해 “미국이 이번 군사 작전에 하루꼴로 5억 달러(약 7500억원)의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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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국도, 미국도 계산 시작했다…저가 소모형 드론에 관심
걸프국들이 우크라이나식 저가 요격드론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들이 일본 업체와 우크라이나 스타트업이 함께 개발한 저가 요격드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드론의 가격은 2526달러(약 380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해당 드론을 개발한 업체의 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에 “모두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며 “값싼 드론이 첨단 방공망을 갉아먹는 게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도 비슷한 시도에 나섰다. 이번 작전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된 저가 무인 전투공격체계 루카스(LUCAS) 드론이 대표적이다. 고가 플랫폼으로 적 방공망을 제압하던 미국 역시 저가 소모형 무기가 지닌 가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해 7월 16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펜타곤에서 저가 무인 전투공격체계 루카스(LUCAS) 드론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미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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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표적 1000개 추렸다…공습 속도 끌어올린 AI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AI의 위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군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개 표적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팔란티어의 마이븐 스마트 시스템과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활용했다. 마이븐은 위성사진, 감시자산, 각종 정보자료를 한데 모아 표적 후보를 제시한 뒤 우선순위를 매겼고 클로드는 표적 위치 산출, 정보 요약, 작전 우선순위 판단, 타격 이후 피해평가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 시암 상카르 팔란티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3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하루 공습 규모로 봤을 때 과거 대비 두 배 이상을 달성했다”며 “과거에는 실행 단계에서 작전 계획을 한 번 수립하는 데 그쳤다면 기술의 도움으로 30번의 시도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역시 “다양한 고급 AI 도구를 쓰고 있다”며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몇 초 안에 걸러내 지휘관이 적보다 빨리 판단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오판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정보 등이 표적 체계에 들어가면 잘못된 판단도 훨씬 빠른 속도로 실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전 첫날인 지난 2월 28일 이란의 한 여학교가 미군 공습에 피격돼 17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 그 예다. 외신은 미 정부 내부 조사를 입수해 해당 공격이 오래된 좌표 정보에 AI가 의존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학교와 인접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 기지가 10여 년 전 담벼락으로 분리됐다는 사실을 AI가 미처 파악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공습 전 위성이나 드론 영상을 통해 인간의 육안으로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는 비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